시사위크=김민규 인턴기자 16세기 말 유럽에서 생소하다는 이유로 ‘악마의 음료’로 불리던 커피는 이제 현대인의 대표적인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음료이자 소통의 매개체가 된 지금, 15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서울커피엑스포’는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행사가 열린 코엑스 전시장은 입구부터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보이지 않는 향이지만, 그 여운은 대단했다. 개막 시간에 맞춰 몰려든 관람객들이 부스마다 줄을 섰고, 바리스타들은 쉴 새 없이 커피를 내렸다. 그라인더 소리와 에스프레소 추출음이 겹쳐 들리는 가운데, 방문객들은 생두를 만져보고 로스팅 기계 앞에서 설명을 들었다.
◇ 악마의 음료에서 전 세계인의 음료로
이번 행사 슬로건은 ‘Blend the World(세계를 블렌딩하다)’다. 올해 주빈국으로 선정된 베트남 브랜드 부스부터 일본 등 세계 각지 브랜드가 모인 글로벌 스트리트까지, 서울에서 ‘커피’라는 테마 하나로 전 세계인이 모인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26 서울 커피엑스포’의 ‘올해의 주빈국’ 베트남 특별관에서는 라망 카페(L’amant Café), 시멕스코 닥락(SIMEXCO DAKLAK) 등 베트남 커피 관련 브랜드들의 부스를 접할 수 있었다. 베트남 커피 브랜드 라망 카페의 마케팅 팀장 한 타이(Han Thai) 씨는 “라망 카페는 선구적인 유기농 커피 농장을 건설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현재 베트남 유기농 농장에서 재배한 커피콩으로 ‘클린 커피’를 시장에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밀 온도 제어 기반 산업용 로스터를 통한 일관된 로스팅 품질 확보를 언급했다. 생산 원료로는 고지대 아라비카와 프리미엄 로부스타를 소개했다. 고지대 아라비카는 깊고 풍부한 맛을, 로부스타는 진한 맛과 높은 카페인으로 “베트남 커피의 매력을 더해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기농 커피부터 믹스커피까지 베트남어로 된 제품들을 선보였다. 그는 “베트남을 대표해 참여하니 매우 좋다. 이번 엑스포에서 한국에 커피를 더 소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자신을 ‘커피 애호가’라고 소개하면서 “베트남 커피는 로부스타 종류가 대표적”이라며 기자에게 로부스타 커피 시음을 적극 권유했다. 베트남은 세계 커피 생산 2위 국가로, 로부스타를 다량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 브랜드 ‘시멕스코 닥락’의 영업부사장 치 둥(Chi Dung, 54) 씨는 해당 브랜드가 농민 협력 기반으로 성장해온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로부스타 커피 생두의 등급 분류 샘플을 직접 선보이며 “현재 10만 농민이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 원두는 크기, 품질, 가공법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숫자가 클수록 원두가 크고, 그레이드 1이 최고급이며, 가공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쌀도 특등급과 1등급이 있고 햅쌀과 찹쌀로 나뉘듯, 커피 또한 용도와 품질에 맞춰 세분화돼 판매된다.
부산 경성대 전 교수 신동엽(73) 씨 또한 행사에서 생두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생두 선택은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첫걸음”이라며, 로스팅 과정은 “생두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단계”라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2026 서울커피엑스포’는 서울에서 열렸지만 말 그대로 ‘글로벌 커피 스트리트’였다. 한때 악마의 음료라 불리던 커피가 이제는 바다 건너 이곳 서울에서 전 세계인의 화합을 이끌어내서다.
부스 시음과 함께 제품들을 양손 가득 구매한 소피(Sophie, 30, 캐나다) 씨는 “커피콩은 각기 맛이 다르다”며 “이번 행사에서 각국의 커피콩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커피와 평생 함께 살아왔다는 브라이언(Bryan, 34, 미국) 씨는 “커피 테마로 이런 규모의 행사는 처음 접한다”고 전했다.
일본 카페 브랜드 비타민 커피(VITAMIN COFFEE) 대표 켄타로 하야시(32) 씨는 “비타민은 마음의 영양이라는 뜻으로, 커피를 통해 우리는 마음의 풍요를 전달한다”고 했다.
◇ 불황 속 떠오르는 무인 카페, 새로운 대안이 될까
이번 커피엑스포에서는 무인카페 관련 부스도 상당수 선보였다. 무인카페가 증가하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흐름으로 보인다.
‘2025년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업한 사업체의 폐업 사유로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이 86.7%로 가장 높았다. 그중 인건비 상승이 49.4%를 차지했다. 국내외 경기가 안 좋아지며 인건비가 자영업자들의 '큰 짐'으로 다가오는 실정이다.
커피 업계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이에 무인 카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리서치 주간리포트(2023) 설문 결과, 무인 점포 증가 이유로 응답자의 93%가 ‘인건비 및 부대비용 감소 효과’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또한 해당 조사에서 60대 이상 응답자 83%가 무인 점포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무인 점포의 대중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그 결과를 이번 커피엑스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인 카페 머신을 제작하는 (주)윤서컴퍼니의 조수완 팀장은 자사 제품의 기능을 자신있게 설명했다. 해당 기기(무인 카페 머신)는 원격으로 실시간 상태 확인이 가능해 점주가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자사 서버를 통해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조 팀장은 “인건비가 비싸 무인 창업이 선호되는 요즘, 임대인들이 비어 있는 1층에 무인 카페를 많이 연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과거와 달리 기계 성능이 좋아져 카페에서 사용하는 파우더 등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품질도 유인 카페와 80% 정도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인 카페는 이미 포화 상태”라며, “인력을 요구하는 매장은 점점 줄고 있고, AI 발달로 무인 사업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대해 “매년 새로운 아이템들이 나와 놀랍다”며 내년 행사에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2026 서울커피엑스포’는 350개사 900여개 부스 규모로 이달 18일까지 코엑스 A·B홀에서 개최된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