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시즌2, 한국적 색채 속 삶의 단계를 그리다

시사위크
영화 ‘성난 사람들’ 시즌2가 다시 한번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넷플릭스
영화 ‘성난 사람들’ 시즌2가 다시 한번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며 전 세계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시즌2로 돌아온다. 시즌1이 개인의 분노와 정체성을 파고들었다면, 시즌2는 이를 관계와 계층의 구조 속으로 확장한다.

‘성난 사람들’은 2023년 4월 첫 공개 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마음에 담고 사는 현대인의 삶을 재치 있게 풍자하며 ‘웰메이드 시리즈’라는 찬사를 받았고, 작품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다. 제81회 골든글로브 3관왕에 이어,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비롯, 감독상·작가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등 무려 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특히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연출과 제작, 극본을 맡고 스티븐 연을 비롯한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시즌2 역시 이성진 감독을 필두로, 한국계 혼혈 배우 찰스 멘튼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윤여정·송강호까지 합류하며 한국적 색채를 강화한다. 여기에 오스카 아이작·캐리 멀리건·케일리 스페이니 등 할리우드 배우들도 함께해 신선한 앙상블을 완성한다. 

시즌2는 특권층이 모인 컨트리클럽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한 젊은 커플이 상사 부부의 충격적인 다툼을 목격하면서 시작된 사건은 두 커플과 클럽의 주인인 한국인 억만장자 간의 수싸움으로 번진다. 사건 이후 얽힌 관계를 따라 세대 간 차이와 계층 구조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변화를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한국적 정서와 정체성의 문제도 한층 깊이 있게 드러낸다.

이번 시즌을 통해서는 무엇을 말하고자 할까. 오는 16일 시즌2 공개를 앞두고 7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난 이성진 감독과 배우 찰스 멘튼은 작품의 출발점과 캐릭터, 그리고 한국적 정체성이 더해진 시즌2의 방향성을 전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 연출을 맡은 이성진 감독. / 넷플릭스
시즌1에 이어 시즌2 연출을 맡은 이성진 감독. / 넷플릭스

-시즌2 공개를 앞둔 소감은. 

이성진 감독 “많이 설렌다. 많은 노력을 들였다. 시즌1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인 것 같다. 큰 야망을 가지고 야심차게 작업했다. 시즌1보다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시즌1의 리스크를 체크하면서도 기존에 어떤 걸 사랑했는지에 대해 알고 더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특히 다양한 한국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지점을 봐주길  바란다. 시즌1에서는 한국계 미국인들에 대해 다뤘다면 시즌2에서는 한국계 뿌리가 있는 혼혈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줄다리기하는 그런 요소를 담고 싶었다. 한국의 재벌이라는 세계가 한 쪽을 당기고 있고 그 외 발을 담그고 있는 세계의 갈등, 또 서부와 동양의 교역 같은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찰스 멘튼 “나도 굉장히 설렌다. 한국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고 한국적 요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마치 고향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 6년 정도 한국에 살았고 어머니도 한국에서 온 이민자다. 이성진 감독이 혼혈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써준 것에 대해 깊이 감동했고 영감도 많이 받았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들을 끝없이 사랑하는데 이성진 감독님이 그 두 감독의 예술적 아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의 영화적 예술을 서부로 가져오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성진 감독님의 예술에는 한계가 없다.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자본주의에 빗대서 그것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을 이야기한다. 이런 역할을 맡게 해주고 한국계 뿌리와 맞닿아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해준 것에 대해 이성진 감독님에게 빚진 기분이다.”

-시즌1과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두 작품을 이어주는 연결 지점, 공통점은 무엇인가. 

이성진 감독 “시즌1은 외롭고 고립된 채로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였다. 삶에 참여하고 싶은 의욕조차 없던 사람들, 그들이 마지막에 함께 살아가고 싶은 누군가를 찾은 것일 수도 있다고 느끼면서 이야기가 끝나게 된다. 시즌2는 시즌1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는 이야기, 형제와 같은 이야기다. 함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누군가를 찾았는 데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때문이다. 누군가를 찾는다고 해도 그 삶을 살아 나가는 건 쉽지 않다. 오늘날 더 그렇다. 자본주의가 날뛰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 체계가 중산층을 억압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즌1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오스틴을 연기한 찰스 멘튼(가운데). / 넷플릭스​
오스틴을 연기한 찰스 멘튼(가운데). / 넷플릭스​

-오스틴은 어떤 역할인가. 

찰스 멘튼 “내 마음속 어떤 부분을 건드리는 인물이었다. 캐릭터 디자인 자체를 감독님과 함께 대화하면서 구체화했다. 특히 마음이 간 부분은 굉장히 착하고 성실하다는 거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연인과의 달콤한 시기를 서서히 지나게 되면서 관계의 변화를 탐구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인들이 자신과 근접해 있을 때 자신의 뿌리, 정체성을 새롭게 탐구해 나간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정체성이라고 알고 있던 지점이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먼저 생각한다. 옳은 일과 남을 위하는 일 두 가지 지점에서 갈등한다. 그것을 깨달으면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에 눈뜨게 되는 인물이다.” 

-윤여정·송강호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성진 감독 “이번 시즌에 훨씬 더 많은 한국을 담고 싶었다. 그 생각은 대본에 첫 단어를 쓰기 전부터 갖고 있었다. 실제로 내 삶에서 한국의 존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즌1 성공 이후 한국에 오가고 RM(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도 찍으면서 한국의 존재가 커졌다. 그러면서 한국 상류층의 삶을 엿보고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케이팝 아이돌, 재벌들과 자리를 하고 어울리게 되면서 그 세계가 너무나 매혹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한국적인 부분을 시즌2에 더 많이 찍고 담아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요소를 오스틴 캐릭터에 녹아들게 했다. 이왕 이렇게 하기로 한 거 최고 수준으로 목표를 잡자고 해서 한국에서뿐 아니라 지구상 가장 위대한 배우 윤여정과 송강호를 섭외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송강호 선생님이 처음에는 거절했다. 대본을 보냈는데 ‘이 역할이 나와 어울리는 역할인지 모르겠다, 할 수 있는 역인지 모르겠다’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속상한 마음을 갖고 윤여정 선생님에게 말했는데 감사하게도 바로 직접 송강호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당신 송강호잖아, 한국 최고 배우이니 어떤 역할이든 해낼 수 있어, 해낼거야’라고 설득을 해줬다. 정말 감사했다. 이 역할을 송강호가 아닌 다른 배우가 한다는 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거든. 두 배우를 모시고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했는데 내 커리어의 하이라이트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당시 현장에 봉준호 감독님이 서프라이즈로 방문해 주기도 했다. 모니터를 보면서 농담을 하는데 그 순간이 내 커리어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시즌2에서 신선한 앙상블을 보여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스카 아이작·캐리 멀리건·윤여정·찰스 멘튼·케일리 스페이니·송강호. / 넷플릭스
시즌2에서 신선한 앙상블을 보여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스카 아이작·캐리 멀리건·윤여정·찰스 멘튼·케일리 스페이니·송강호. / 넷플릭스

-윤여정·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찰스 멘튼 “역대 최고 배우들과 함께 일을 하는 꿈을 이뤄준 것에 대해 정말 감독님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두 배우와 마주 앉아서 연기하는데, 두 분의 연기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경험이었다. 송강호 선생님은 별다른 말 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대단했다. 준비하고 작업하는 모든 과정에 겸손함이 있음을 느꼈다. 어떤 한 테이크에서 내가 무언가를 해서 송강호 선생님이 웃는 바람에 NG가 났는데 내 커리어 중 역대 최고의 순간이었다. 윤여정 선생님도 말할 수 없이 깊은 위엄을 뿜어내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었다. 그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소식을 듣고 할머니, 삼촌, 이모부, 사촌들까지 모든 가족들이 엄청나게 행복해했다. 한국의 전설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에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시즌2를 통해 새롭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나 주제가 있다면. 

이성진 감독 “시즌2는 젊고 어린 사랑에 빠진 남녀와 조금은 그 기간이 지난 나이가 더 있는 남녀 두 커플 간의 대결로 시작한다. 이후 점점 더 풀어가면서 이것이 사랑에 대한 것뿐 아니라 삶의 여러 단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네 커플이 나오는데 각각 다른 계절을 대표하고 있다. 커플들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서 삶의 변화와 맞닿아 있는, 삶의 단계를 볼 수 있다. 무언가를 쓸 때 자본주의나 계층 간의 갈등 같은, 너무나 우리 앞에 두드러지게 놓인 주제들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마땅히 탐구해야 할 주제이기 때문에 시즌2가 그런 모든 것을 담아내는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끝으로 시즌2를 기다리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성진 감독 “한국에서 너무나 많은 지지를 보내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다. 촬영할 때도 많은 협조와 도움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촬영한 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것 같고 빨리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촬영하고 싶다. 작은 한반도인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세계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생각하면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시즌2 역시 그것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 한국 시청자들이 자랑스럽게 여겨주면 좋겠다.” 

찰스 멘튼 “내가 드리고 싶은 한마디는 내 이름은 찰스 멘튼이고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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