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3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헌안이 다음달 4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6·3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회의 통과를 위해 협조가 필요한 국민의힘은 ‘졸속 개헌’을 이유로 반대 당론을 고수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동시 투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39년 만에 빛을 보려는 개헌이 정치적 셈법에 얼룩지는 모양새다.
◇ 개헌 필요성은 인정, 문제는 ‘시기’와 ‘방식’
지난 3일 여야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의원 187인은 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수록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국가에 대한 지역 균형발전 의무 부여 등이 골자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의결과 대통령 공고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95인 중 197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동 발의자 187인을 제외하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는 민주당의 ‘선거 도구’이자 ‘정치 이벤트’로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는 동시 투표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우려가 쏟아졌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 공감하면서도 그 시기와 방식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동시 투표가 진행될 경우 개헌이 지방선거 이슈에 매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운영의 근간인 헌법을 고치는 데는 충분한 국민적 설명과 합의가 필요하지만, 선거 국면에선 국민들의 관심이 정당의 승패에 쏠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민들은 개헌안의 내용과 상황을 제대로 모른 채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개헌이라는 대형 의제에 지방선거가 매몰되는 것 역시 문제다.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후보자의 역량과 정책을 바탕으로 지역의 일꾼을 선출한다. 그러나 후보자의 역량과 정책에 대한 논의가 개헌 이슈에 잠식된다면 선거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지역 주민들의 몫이다. 결국 어느 쪽이든 동시 투표에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시 투표를 통해 선거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경비 절감’ 논리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개헌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더라도 투표지 인쇄와 공보물 발송 등에 최소 수백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개헌안 내용이 당장 시급한 과제는 아닌 만큼, 충분한 숙의를 거쳐 다른 개헌 과제들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한편 이번 개헌안에 시민사회의 요구가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개헌은 사회 각계각층의 지지와 참여가 보장될 때 보다 성공적일 수 있는데, 지금의 개헌은 지나치게 정치권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민사회와의 개헌 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단계적이고 순차적인 개헌 논의와 추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개헌은 분열이 아닌 통합의 결과여야 한다. 헌법이 개헌 요건으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라는 까다로운 기준을 둔 것도 충분한 협치와 숙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하라는 의도일 것이다. 이번 개헌 논의가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은 물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통합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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