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Medtronic이 2일 서울에서 '마이크라 2(Micra™ VR2·AV2)' 국내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현장에서는 전극선을 없앤 차세대 심박동기가 기존 치료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서는지, 그리고 실제 환자 치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인공 심박동기는 심장의 전기 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겨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서맥성 부정맥 환자에게 사용되는 필수 의료기기다.

심장이 제때 수축하지 못해 뇌와 전신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이를 감지해 전기 자극을 전달함으로써 심박수를 정상 범위로 유지한다. 방실 차단이나 동부전 증후군 환자에게는 실신과 호흡곤란, 나아가 급사를 막는 핵심 치료 수단이다.
그동안 표준으로 사용돼온 방식은 쇄골 아래를 절개해 기기를 삽입하고, 혈관을 따라 심장까지 전극선을 연결하는 '유선 심박동기'였다. 그러나 이 방식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전극선이 심장 판막을 통과하면서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장기간 사용 시 선이 손상되고 삽입 부위에 감염이 발생하는 등 합병증 위험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표를 맡은 유희태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물리적 충돌'로 설명했다. 그는 "전극선이 판막 사이를 지나며 기능을 방해하거나 역류를 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심한 경우 판막 수술과 기기 제거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소개한 50대 여성 환자는 10년간 유선 심박동기를 사용하다 전극선으로 인한 판막 손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이후 무전극선 심박동기 이식 후 증상이 빠르게 개선됐다.
이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무전극선 심박동기'다. 마이크라는 길이 약 2.6cm 크기의 기기 안에 배터리와 회로, 센서를 모두 집약해 심장 내부에 직접 이식하는 방식이다. 대퇴정맥을 통해 카테터로 삽입되기 때문에 흉곽 절개가 필요 없고, 전극선이나 포켓이 없어 감염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다.

메드트로닉 측에 따르면 마이크라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약 40만명 환자에게 적용되며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 왔다. 이날 공개된 차세대 모델 '마이크라 2'는 기존의 초소형 구조를 유지하면서 배터리 수명을 최대 16~17년 수준으로 늘리고, 심방과 심실의 동기화 기능과 전달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임상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 세계 1809명을 대상으로 한 5년 추적 연구에서 마이크라 VR은 3년 시점 주요 합병증 발생률 4.1%, 5년 시점 4.5%를 기록했으며 감염으로 인한 기기 제거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국내 8개 기관에서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1년 추적 결과 99%의 이식 성공률과 1%의 낮은 합병증 발생률을 보였다.
특히 배터리 수명 개선은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다. 마이크라 VR2는 약 16.7년, AV2는 약 15.6년의 수명이 예상되며, 환자의 80% 이상이 재시술 없이 단일 기기로 치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 한 번의 시술로 평생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젊은 환자도 소형기기 특성상 추가 이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957년 외장형 심박동기를 처음 선보인 이후 약 70년간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온 메드트로닉은, 이식형 심박동기와 MRI 호환 제품에 이어 무전극선 심박동기까지 개발하며 치료 영역을 확장해 왔다. 마이크라는 2015년 유럽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국내에는 2021년 첫 적용됐으며, 이번에 2세대 제품이 도입되면서 치료 옵션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드트로닉코리아 관계자는 "심장 리듬에 보다 가까운 정밀한 조율을 목표로 배터리 수명 연장과 초소형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환자 맞춤형 치료를 구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확인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전극선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제거한 기술이 단순한 '개선'을 넘어 치료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감염 위험 감소, 장기 안정성 확보, 시술 부담 완화까지—무전극선 심박동기는 이제 특정 환자를 위한 대안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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