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대해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서 스스로 석유를 가져가고 지켜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시적 상승’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국제 유가는 제자리를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일상생활과 직결된 ‘비닐’과 ‘플라스틱’ 공급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단기적 수급 대응을 넘어, 석유 중심의 화학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바이오플라스틱’ 기반의 새로운 화학 산업 구조 전환을 통해 자원 자립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함께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 ‘탈석유’의 열쇠, 바이오플라스틱의 역할
현재 ‘탈 석유 원료’ 구조 전환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것은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이다. 식물성 지방, 옥수수 전분, 재활용 식품 폐기물 등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 원료로부터 생산되는 플라스틱 물질을 통칭한다.
바이오플라스틱의 역사는 길다. 기술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다. 영국의 화학자 알렉산더 파크스(Alexander Parkes)가 1862년 식물 유래 셀룰로오스를 질산 처리해 열가소성 소재를 만들면서다. 석유가 아닌 바이오매스가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 오늘날 바이오플라스틱의 기원으로 평가한다.
이처럼 긴 역사를 가진 바이오플라스틱이 주목받는 것은 친환경 문제, 탈 화석 원료 트렌드에 힘입으면서다. 인도 뭄바이 아미티 생명공학 연구소에 따르면 옥수수 기반 바이오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나일론, 비닐백 등을 대체할 경우 최대 116%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때 확실히 구분해야 할 것은 바이오플라스틱의 종류다. 현재 시장에서 상용화된 바이오플라스틱은 크게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계열 △PLA(Polylactic Acid) 계열 두 가지로 나뉜다. 각각 제조 공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원료를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PBAT는 석유를 기반으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6개월 내에 90% 자연 분해돼 친환경 소재로 분류된다. 반면 PLA 계열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이다. 즉, 우리가 말하는 ‘탈석유·친환경’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플라스틱은 PLA계열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중동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정 문제의 중심에 선 ‘나프타’를 대체할 기술도 연구도 있다. 벨기에 겐트대 화학공학연구팀은 2017년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를 석유 나프타와 유사한 탄화수소로 전환했다. 그 다음 나프타 분해에 사용되는 스팀 크래커(Steam Cracker)에 넣고 열분해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약 31%의 에틸렌 수율 확보에 성공했다. 일반 석유 기반 나프타를 나프타분해시설(NCC)에서 공정할 때 나오는 에틸렌 수율이 31~33% 수준임과 비교하면 거의 동일한 수치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틸렌은 폴리에틸렌으로 변환, 플라스틱과 비닐봉투 등 다양한 화학제품 생산에 사용된다.
◇ 바이오플라스틱, 상용화 ‘먼 이야기’ 아니다
그렇다면 바이오플라스틱이 지금은 일반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놀랍게도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비용 자체는 비쌀 순 있으나 여러 종류의 공정 방법, 시장 트렌드 흐름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시장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184억1000만달러(약 28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33년에는 이보다 4배 가까이 성장한 674억2,000만달러(약 102조2,89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로는 유럽이 바이오플라스틱의 ‘성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의 43.18%를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연평균 시장 성장률이 17.2%로 유럽 국가 중에 가장 높았다. EU를 중심으로 한 ‘탈탄소’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제 정세와 시장 흐름에 맞춰 국내 과학계와 산업계도 바이오플라스틱 관련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자체적으로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hydroxyalkanoates)’을 개발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이를 적용한 친환경 행주와 빨대 제품을 출시 준비 중이다.
과학계와 산업계 간 협력도 진행되고 있다. SK그룹의 친환경 소재기업 ‘SK리비오’는 현재 베트남에 바이오플라스틱 생산 공장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 생산라인에는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이 적용됐다. 공장의 바이오플라스틱 생산 능력은 연 7만톤 규모라고 한다.
전현열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사탕수수 등 소재를 이용해 폴리카보네이트 등 석유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연구한 사례들이 화학연에 다수 존재한다”며 “전략 연구 사업은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내년도 진행을 위해 바이오플라스틱 관련 사업의 제안과 발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비싼 가격은 걸림돌… 전문가들, “제도적 지원과 R&D 활성화 필수”
아쉽게도 바이오플라스틱의 본격적 상용화 이야기가 나오면 늘 나오는 말이 있다. ‘가격’이다. 실제로 바이오플라스틱의 생산 비용은 일반 플라스틱 대비 가격이 훨씬 비싸다.
실제로 미국 바이오 폴리머 제조업체 ‘네이처웍스’에 따르면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1kg의 생산가는 약 2.5~3달러다. 일반 플라스틱의 같은 무게 단가가 1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최대 3배가 비싼 것이다.
전현열 책임연구원도 “안타깝게도 바이오플라스틱은 단가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일반 플라스틱보다 현재는 비쌀 수밖에 없다”며 “2~3배 이상은 나프타를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보다 생산 가격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문제 하나를 두고 바이오플라스틱의 상용화를 늦추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유럽의 경우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이 있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EU)의 핵심 전략이다.
유럽 그린딜에서는 바이오플라스틱을 순환경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친환경 대체재로 지정했다. 이를 위해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개발(R&D), 생산 공정 최적화 및 상용화 지원을 강화해야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친환경 포장재 전환과 탈석유계 플라스틱 정책에 맞춰, 바이오 기반(Bio-based) 제품의 규격 인증, 보조금 지원 및 스타트업 육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현열 책임연구원은 “바이오플라스틱 상용화의 쟁점 중 하나는 경제성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구체적 제도화가 이뤄져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바이오플라스틱 산업이 시작되는 현 단계에서는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핵심은 뛰어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바이오플라스틱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의 활발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R&D사업 등의 지속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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