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만 28번… ‘절박함’ 담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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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15분가량 시정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총 28번의 ‘위기’를 언급했다. 길어지는 중동 상황의 여파가 우리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깃들었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전시 상황’으로 규정,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대응을 위해 마련된 추경안을 여야가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일 오후 국회에서 2026년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이 야기한 중차대한 위기 앞에 우리 국민의 삶과 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무엇보다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하고 단단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민생경제 전시’ 상황으로 규정했다. 전 세계적 에너지 수급 불안이 국내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데다 나프타, 요소 등 원재료 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다. 이러한 상황이 민생 현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더욱 기민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정부는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마련,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고유가 부담 완화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전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필요한 곳에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다. 석유 최고가격제 원활한 운영을 위한 재원, 고유가·고물가로 인한 어려움 경감을 위한 ‘피해지원금’ 등이 대표적이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그냥드림센터’ 확대, 소상공인 정책자금 추가 공급 등도 이번 추경안에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김소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김소은 기자

◇ ‘빚 없는 추경’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

이번 추경으로 국민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없을 것이란 점도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강조한 대목이다. 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 세수(25조2,000억원)와 여유 재원(1조원)을 활용해 재원이 마련된 만큼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다 여기 의원 여러분의 도움으로 경제 상황이 개선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확장 재정을 통한 경제 선순환은 그간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기조 중 하나다. 이번에는 중동 사태로 인한 미증유의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조가 실질적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전날(1일) 발표한 추경안 보고서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경제의 성장 여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추경이 2026년 경제성장률을 0.21~0.29% 증가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회가 본격적으로 추경안 심사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다. 여당은 늦지 않게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면서 정부의 의지에 힘을 싣겠다는 각오다. 관건은 야당이다. 이번 추경안에 대해 ‘현금 살포’라며 탐탁지 않은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고물가 상황에서 재정 확대가 오히려 더 민생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도 야권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대통령과 야당의 ‘어색한 기류’는 시정연설 과정 전반에 묻어났다. 시정연설에 앞서 이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간 환담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넥타이 색’을 언급하며 “색이 비슷한 걸 보니 (여당과는) 소통이 되는데 야당과는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모든 면에서 협력이 가능하진 않겠지만,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가 미래와 국민 삶이라는 목표 아래서는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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