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포병 대신 ‘드론’… 전장의 ‘게임 규칙’이 바뀌고 있다

시사위크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크라이나·이란 전장에서 확인된 드론 전쟁의 확산과 국제 안보환경 변화’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드론 중심 전투체계 변화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 사진=김두완 기자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크라이나·이란 전장에서 확인된 드론 전쟁의 확산과 국제 안보환경 변화’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드론 중심 전투체계 변화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전차와 포병이 지배하던 전장이 변화하고 있다. 무인비행장치(드론)가 전투의 중심으로 올라서며 전쟁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천 달러짜리 드론이 수백만 달러 무기를 무력화하고, 전선은 사람이 아닌 무인기가 지배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무기 교체가 아니라 군 조직과 교리(전투 수행 원칙), 무기 생산 체계까지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라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 전장을 통해 드론 전술과 기술을 실전에서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경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드론이 바꾼 전장… 킬존·탄약화·군 구조 재편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크라이나·이란 전장에서 확인된 드론 전쟁의 확산과 국제 안보환경 변화’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드론 중심 전투체계의 변화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크라이나 안보 전문가들과 국내 군·국방 관계자들이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유용원 의원은 “과거의 재래식 전투가 포병과 기갑부대, 유인기 중심의 화력전이었다면, 이제는 가성비와 정밀도를 앞세운 드론이 전장의 ‘게임체인저’가 됐다”며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막기 위해 패트리엇 미사일을 발사하는 현실은 전쟁의 상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전장의 피로 쓰인 생생한 교훈은 대한민국 국방 혁신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 좌장을 맡은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 양상의 구조적 변화를 강조하며 논의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전쟁의 흐름이 바뀌는 장면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전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1990년대부터 드론을 운용해 온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발전이 정체된 사이 북한은 러시아와 함께 전쟁에 참여하며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변화를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지금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드론이 전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표적 탐지부터 공격까지 수시간에서 수일이 걸렸지만, 지금은 몇 초 만에 타격이 이뤄지면서 전투의 속도와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미카일로 사무스 신지정학연구네트워크 대표는 “이 변화로 기존 군사 교리(전투 수행 원칙)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며 “드론이 형성한 ‘킬존(진입 시 즉각 타격 구역)’에서는 일정 거리 내에 진입하는 순간 즉각 타격이 이뤄지면서 병력과 장비 이동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세미나에서 “드론이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며 전쟁의 상식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세미나에서 “드론이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며 전쟁의 상식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이 같은 변화는 전투 양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사무스 대표는 “전면에서 발생하는 러시아군 사상자의 상당수가 드론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며 “적은 병력으로도 높은 전투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즉 병력 규모나 장비 숫자보다 드론 운용 능력이 전투력을 좌우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양욱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드론이 더 이상 보조 장비가 아니라 소모형 탄약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수백 개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분산 생산 체계를 통해 드론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필요할 때 빠르게 전장에 투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는 전쟁의 중심이 고가의 플랫폼에서 저가·대량 소모형 전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 북·러·중 잇는 드론 네트워크… 북한 ‘실전 고도화’

드론 전쟁이 개별 국가를 넘어 국가 간 협력 네트워크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나탈리야 부티르스카 뉴유럽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북한·중국이 결합된 군사·경제 협력 구조가 강화되면서 전쟁 양상이 국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북한은 무기 공급을 넘어 병력까지 투입하며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북한은 실전 경험과 군사 기술을 동시에 축적하고 있다”며 한반도 안보에 미칠 파장을 경고했다. 특히 드론과 미사일 분야에서의 기술 이전과 전장 경험 축적이 결합될 경우 북한의 군사 역량이 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드론 생산과 운용을 둘러싼 공급망 구조도 주목됐다. 러시아가 사용하는 드론의 핵심 부품 상당수가 중국 공급망을 통해 조달되고 있으며, 이란·북한까지 연결되는 협력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이란과 북한이 연결된 드론 협력 네트워크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며 “중국이 부품과 생산 기반을 뒷받침하는 구조 속에서 이 네트워크는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바탕으로 드론이 전장의 구조를 바꾸고 ‘킬존’ 형성, 군사 교리 변화, 생산 체계 재편 등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 사진=김두완 기자

토론에서는 드론 대응의 한계와 과제도 제기됐다. 방산업체 관계자인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 장광호 대외협력본부장은 GPS 기반 무기의 효용이 떨어진 상황에서 저가 드론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는지 질의했고, 미카일로 사무스 대표는 “현재 전장에서는 전자전(통신·신호 교란 전투)과 재밍(전파 방해 기술) 환경으로 인해 기존 방식의 무기 체계가 제약을 받고 있다”며 다양한 대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보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문위원은 드론 군을 별도로 창설한 이유와 각 군 분산 운용의 차이에 대해 질문했고, 사무스 대표는 “각 군이 개별적으로 운용할 경우 교리(전투 수행 원칙) 개발과 전력 통합에 한계가 있다”며 “드론 군은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초기 분산 운용에서 한계를 겪은 뒤 별도 조직을 창설했다”고 덧붙였다.

군 조직과 전력 운용 방식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정종범 해병대 소장은 드론의 통신, 배터리, 영상 전송 체계 등 핵심 기술 요소가 자체 생산되고 있는지 여부를 질의했고, 사무스 대표는 “대량 생산과 저비용, 신속한 공급이 핵심이며 일부 부품은 자체 생산하고 일부는 외부 공급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드론을 막는 업무를 담당하는 국방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을 방어하는 데 있어 시기별·유형별로 어떤 대응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사무스 대표는 “단일 무기로는 드론을 막을 수 없다”며 “레이더, 전자전, 기동 화력, 공군 전력을 결합한 다층 방어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탐지부터 요격까지 데이터를 통합해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며, 향후에는 인공지능 기반 자동 요격 체계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전쟁 사례 공유를 넘어, 전쟁의 기준 자체가 이미 바뀌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드론은 더 이상 새로운 무기가 아니라 전장의 기본 단위로 자리 잡았고, 전투 방식은 물론 군 구조와 산업 체계까지 함께 재편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 전장을 통해 실전 경험과 기술을 동시에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한반도 안보에 직결되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이미 드론 중심으로 재편됐고, 북한 역시 이 흐름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지만 한국군의 대응은 여전히 제도와 조직, 획득 체계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기된 경고는 분명하다. 드론 전쟁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이며, 이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받아들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느냐가 향후 군사력의 격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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