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셀트리온의 일부 정기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도입된 정책의 효과를 저해시킬 수 있다는 지적 및 우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재선임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셀트리온 일부 주총 안건에 ‘반대’ 권고
셀트리온은 올해 정기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수 보수한도 승인,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및 자기주식 소각 등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셀트리온의 정기주총 안건을 분석해 일부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고 나섰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매년 주요 상장사들의 정기주총 안건을 분석해 문제가 있는 안건은 반대를 권고해오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우선 정관 일부 변경 안건 중 이사회 및 자기주식 처분 계획 관련 사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셀트리온은 이사회 관련 정관 일부 변경 안건에 이사의 수 조정, 이사 명칭 변경(사외이사→독립이사),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 중 이사 수 조정에 문제를 제기한다. 기존에 ‘15인 이내’였던 이사 수 상한을 ‘9인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두고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제 기회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사 수 상한을 3인 이상 15이내에서 9인 이내로 대폭 축소하면 소수주주가 추천할 수 있는 이사후보의 수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주주제안권이 제한받게 되고 집중투표제의 효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셀트리온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이 같은 정관 변경과 함께 실제 이사 수가 조정돼 9인 상한을 채우게 된다. 현재 이사 수가 총 12명인데, 임기가 만료되는 10명 중 5명은 재선임하고 2명은 신규선임해 9명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주제안 및 집중투표제를 통해 추가로 이사가 선임될 여지가 사라진다는 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지적이다.
셀트리온은 또한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 사업구조의 개편, 시설투자, 신기술의 도입 및 개발,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상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관 ‘제10조의 2’로 새롭게 신설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상법 개정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최근 상법 개정에 의해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 이후 1년 이내에 이를 소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단, 특정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매년 주총 승인을 거쳐 보유 또는 처분 가능하며, 여기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 정관에도 근거가 있어야 한다. 셀트리온이 정관 신설에 나서는 이유다.
이와 함께 셀트리온은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안건도 상정한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1,233만주 중 322만6,000주를 경영상 목적을 위해 처분하고, 나머지는 소각하는 것이다. 경영상 목적을 위해 처분하는 자사주로 확보하게 될 자금은 향후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 시설투자, 신기술 도입 및 개발 등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된다.
하지만 해당 조항을 신설할 필요성이 없고,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지적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자사주 처분은 경제적 실질이 신주발행과 동일하다. 상법은 이미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주주 외 제 3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다만 이 경우에도 정관상 근거가 필요한데 셀트리온은 이미 정관에 이를 마련해놓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자사주에 대해서도 경영상 목적에 의한 처분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자사주 처분 계획에 대해서도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회사의 안건 설명으로는 자금을 당장 도입해야 하는 이유와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주발행이 아닌 자사주 처분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할 필요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처분한 자사주가 경영진의 우호지분이 돼 경영권 방어장치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처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로부터 지적 및 우려가 제기된 사안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도입된 주요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먼저 이사 수 상한 조정은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으로 증가 이사 수가 일부 사외이사 임기만료에 따라 기존 규모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이사 수 감소 후에도 시가총액 상위기업 평균을 상회하는 규모이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자사주 처분 관련 정관 변경과 자사주 처분 계획에 대해서는 “미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활용될 계획이며 해당 계획에 따른 유동화 자금은 별도 계좌로 투명하게 관리해 승인받은 목적 하에만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최종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기우성 대표는 과거 분식회계 및 부당지원 적발에 따른 책임, 최종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은 회사와 소속 법무법인 간 거래관계에 따른 독립성 훼손 우려가 반대 이유다.
셀트리온의 정기주총은 오는 24일 인천 송도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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