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문이 열리는 순간 터져 나온 건 비명 같은 짖음이었어요. 그 안은 생존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서서히 죽어가는 거대한 쓰레기통과 다름어거든요.”
김효진 도그어스플래닛 대표는 지난 12일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에서 진행된 동물 구조 현장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앙상하게 마른 리트리버를 포함해 8마리 동물이 구조됐다. 반면에 집 안 곳곳에서는 이미 부패가 진행된 사체 8구가 발견됐다.
이날 구조팀 10여명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복도에서부터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조팀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발을 동동굴러야 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동물 학대가 아닌,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결함이 드러난 비극으로 규정했다. 그가 현장에서 마주한 가장 큰 벽은 골든타임과 소유권, 그리고 사회적 단절이었다.
김 대표는 “집 안에 동물 수십 마리가 갇혀 있고 죽은 동물도 있는 것 같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 현장을 확인했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구조단체가 임의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며 “구청과 경찰에 신고한 뒤 현장 대응을 기다려야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희미하던 냄새는 해당 세대 앞에 이를수록 짙어졌다. 문 앞에는 체납 고지서와 법원 등기 안내문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임대 계약이 끝났음에도 퇴거가 이뤄지지 않았고 월세도 밀린 상태였다.
김 대표는 “주민들이 최근 한 달 가까이 사람이 드나드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며 “동물뿐 아니라 거주자 상태까지 걱정되는 '애니멀호더'의 전형적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애니멀호더는 다수의 동물을 강박적으로 수집하면서도 실제로는 적절한 사육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잠시 후 안전 조치를 위해 전기가 차단되자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30대 여성 A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랑이 끝에 진입한 집 안 내부 상황은 처참했다. 발 디딜 틈 없는 쓰레기 더미 사이로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었고, 종량제 봉투와 화장실 등에서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사체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가장 먼저 구조된 것은 갈비뼈가 훤히 드러난 리트리버였다. 김 대표는 당시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했다.
“아이의 배가 깊게 꺼져 있었고 얼굴에는 오물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어요. 그런데도 사람을 보자마자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며 의지하더군요. 살아남은 개들 중 일부는 힘없이 꼬리를 흔들었고, 일부는 사람 품에 몸을 기대며 얼굴을 핥았습니다. 참혹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사람의 돌봄을 기다렸다는 사실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말을 잃었습니다.”
이날 2시간 동안 이어진 작업 끝에 개 5마리와 고양이 3마리가 구조됐다.
문제는 이런 참극이 현장에서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애니멀호더 문제는 이미 일상이 된 분위기다.
김 대표는 “한 달에 몇 차례씩 유사 제보가 들어온다”며 “문이 열렸을 때 이미 여러 마리가 죽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구조 과정에서 또 다른 걸림돌은 거주자의 ‘소유권 주장’이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재산권의 대상이기 때문에 소유자가 포기하지 않으면 강제 구조가 어렵다.
김 대표는 “처음엔 A씨가 권리 포기를 거부해 긴 시간 상담과 설득을 거쳐야 했다”며 “학대 정황이 명확함에도 소유자가 거부하면 제3자가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적 결함이 구조의 골든타임을 뺏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니멀호더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다두 사육 가구에 대한 지자체의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위기 징후 발생 시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현재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수사기관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부검을 의뢰해 각 개체가 언제, 어떤 경위로 죽었는지 구체적인 학대 및 방치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구조된 8마리 동물은 협력 병원과 보호소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수습된 사체는 부검 후 동물보호단체들이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아이들이 다시 사람의 온기를 믿을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돌보겠다”며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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