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쟁 추경’에… 국민의힘 “재정 중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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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신속한 추진을 강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신속한 추진을 강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의 신속한 추진을 강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은 경제 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추경이 잘못 설계되면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송언석 “‘위기=추경’ 공식으로 접근하면 안돼”… ‘지선용 돈풀기’ 지적도

송 원내대표는 ‘국가재정법’ 조항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정부의 추경 편성 명분에 의문을 던졌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등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추경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불필요한 추경을 막고 예산의 예측 가능성과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에 송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국가재정법’ 제89조 어디에 해당되는 것인지 밝혀주길 바란다”며 “위기가 곧 추경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또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연도에 예상되는 초과 조세수입을 이용해 국채를 우선 상환할 수 있다’는 ‘국가재정법’ 규정을 들며 추경의 위법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는 기획예산처가 “금번 추경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송 원내대표는 "설령 올해 초과 세수가 발생하더라도 국가 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되는 것이지 재정 살포에 먼저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권은 초과 세수로 추경하면 된다고 하지만 작년에는 세수가 부족하다고 추경을 했다”면서 “돈 없다고 추경하고, 조금 생겼다고 추경하고, 나라 살림을 우습게 보는 이런 행태가 바로 추경 중독, 재정 중독”이라고 직격했다.

이번 추경 논의는 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와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경 편성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중동은 물론 세계가 불확실성에 휩싸인 가운데, 재정의 선제적 역할(추경)을 통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후 기획예산처는 13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물류·유류비 부담 경감 △서민·소상공인·농어민 등 민생 안정 △수출기업 지원 등을 위해 추경 준비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는 것이 6·3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거용 돈풀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정부가) 중동 사태와 고유가라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실상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표를 사겠다는 노골적인 ‘매표 추경’ 선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동 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고유가에 따른 현장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정부는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경예산안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 내용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라고 밝힌 상태다.

만약 이번 추경이 성사될 경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추경이 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총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집행한 바 있다. 당시 추경안은 6월 4일 정부 출범 이후 20일 만에 국회에 제출됐고, 약 2주 뒤인 7월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당시에는 심각한 내수 부진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직접적인 대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추경이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이번에는 국외에서 발생한 전쟁 상황을 계기로 추경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여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보조를 맞출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추경안 처리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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