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력분석팀이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그 한 마디에 뿌듯합니다.”
KIA 타이거즈 방석호 1군 전력분석코치는 전력분석파트에서만 10년 이상 몸 담은 베테랑이다. 신용진, 박규민, 이진우 전력분석코치를 이끄는 전력분석팀의 수장이기도 하다. 1년 내내 각종 트래킹 장비를 통해 데이터 및 영상을 뽑고, 정리 및 가공하고, 선수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은 고되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월요일 딱 하루 쉬지만,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허리를 제대로 펼 시간이 없다.
그러나 선수들이 전력분석자료를 잘 활용해 성과를 낼 때 보람을 느낀다는 전력분석코치들이다.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피로가 사르르 녹는, 그 짜릿함에 오늘도 영상, 데이터와 함께한다. 이들의 업무는 비 시즌이라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2월 초 일본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시마의 구단 숙소 미팅룸에서 KIA 전력분석팀을 만났다.
KIA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호크아이를 사용한다. 2022년부터 KBO리그 최초로 도입해 활용 중이다. 광학카메라로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아주 미세한 단위까지 분석하는 장비. 현재 야구계에서 쓰이는 트래킹 장비 중 가장 정교하다.
구단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최근 트랙맨 포터블도 구매했다. 이번 아마미오시마 스프링캠프에서 활용했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트랙맨이랑 같은 개념인데 휴대용이다. 현재 각 구장에 깔려 있는 것은 고정식, 경기를 할 때 쓰는 것이고 우리가 활용하는 것은 이동을 하면서 쓰는 기계”라고 했다.
랩소도(투수 회전수, 회전축, 궤적 측정, 타자의 타구속도 등을 측정하는 기구)의 약점을 보완한 장비이기도 하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랩소도는 사용하는데 환경의 제약이 있다. 원래 실내 전용이다. 포터블은 야외에서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캠프 기간에 이걸로 데이터를 뽑아서 활용하고 있다”라고 했다.
트랙맨 포터블 활용의 예를 들었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공의 무브먼트를 세밀하게 나누는 것이다. 각 구종의 무브먼트가 어느 정도이고, 이 투수가 이 무브먼트를 활용해서 어떤 투구를 할 때 가장 유리한 승부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것에 따라서 연습할 수 있게 된다”라고 했다.
물론 피치아이 등 기존 장비도 활용한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새로운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지난 시즌에 피치아이로 투수들의 무브먼트를 뽑아내고 활용했다. 그 외에도 타자의 몸에서 반응하는 장비도 구입해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하고 있다”라고 했다.
KIA도 다른 구단들처럼 트랙맨 포터블을 쓰게 됐지만, 장기적으로 영상 기반의 호크아이의 쓰임새가 넓어질 것이라는 게 방석호 전력분석코치의 전망이다. “기능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트랙맨은 데이터 기반이고, 호크아이는 경기 중에 찍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선수들의 폼을 좀 더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중에 타자들 스윙 옆모습을 중계 영상 말고는 모르는데, 호크아이는 그런 영상을 바로 볼 수 있게 한다. 외야수비에서도 선수가 특정 위치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디테일하게 영상으로 체크할 수 있다. 그러면 ‘이 타구는 스타트를 정상적으로 했으면 잡을 수 있다’는 식의 세부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다른 구단들도 호크아이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력분석팀은 각종 트래킹 장비들을 통해 매일 데이터를 뽑고 정리해 선수단 미팅에 올린다. 다른 팀들의 최신 데이터도 돌아가면서 뽑아와 제공한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일주일에 두 팀과 붙지 않나. 일주일 전에 미리 해당 팀의 경기장에 가서 분석을 해온다”라고 했다.
월요일 하루 쉬지만,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쉴 틈이 없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아침 9시에 나가서 밤 12시, 새벽 1시에 퇴근하죠. 출근해서 회의 준비하면 금방 오후 2~3시가 된다. 자료는 종이로 나간다. 덕아웃에서도 데이터를 봐야 하니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탭으로 따로 선수들에게 미리 보내주기 위해 영상 작업도 해야 한다. (상대 팀의)원정에서 나온 자료를 받아서 우리 팀의 자료와 합쳐야 한다. 상대성에 맞춰서 분석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우린 비활동기간이 쉬는 기간이다”라고 했다.
시즌 중엔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전력분석팀을 가장 많이 찾았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본인이 생각하는 무브먼트를 만들고 싶을 때, 얼마나 휘어 나가는지 눈으로 보는 것과 데이터는 다르다. 컨디션 체크를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선수들에게 ‘너는 이렇게 던져야 돼’ 라고 하기보다 좋았을 때의 폼을 최대한 분석을 해놓는다. 바뀐 부분을 최대한 빨리 분석해서 이 선수가 원래 좋았을 때의 컨디션으로 빨리 복귀해서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도와준다”라고 했다.
전력분석팀은 아마미오시마 스프링캠프에서도 쉼 없이 선수들과 호흡했다. 신용진 전력분석코치는 “가을 마무리캠프 때부터 선수들과 계속 데이터를 공유했다. 선수의 장점을 살려주기 위해 도와준다고 보면 된다. 데이터를 가공해서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그걸 활용해서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악하게 해준다”라고 했다.
전력분석코치들도 자연스럽게 야구 공부가 된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전력분석은 선수들이 코칭스태프, 프런트로 올 때 가장 빨리 거쳐가야 하는 자리다. 혼자 이 팀을 분석하면 타자의 성향도 느낄 것이고, 투수의 볼배합도 보이고, 팀 분위기도 느낀다. 박준표(2025시즌 후 은퇴)가 올해 2군 전력분석으로 들어왔다. 나중에 코치할 때 도움이 엄청 많이 될 것이다. 나중에 코칭스태프가 될 때 데이터를 보는 것 자체가 달라진다”라고 했다.
1년 내내 트래킹 장비, 영상, 데이터를 접하지만, 정작 야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라는 걸 느낀다. 사람의 진심에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와 영상도 선수가 활용을 제대로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선수들이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통해 잘 됐다고 말하면 뿌듯하다. ‘KIA에서 이런 코치님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어’, ‘나 이 코치님 때문에 뭔가 느낄 수 있었어’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들으면 기분 좋다. 그리고 어느 팀에서 이런 사인, 작전이 많이 나온다고 할 때 우리가 분석을 통해 잡아내면 가장 좋다. 도움을 받았다고, 고맙다고 한 마디만 해줘도 뿌듯하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분석도 중요하지만, 그걸 활용하는 사람과 선수의 능력이 중요하다. 그 경험이 있는 선수는 응용까지 한다. 본인이 우리가 준 자료에서 플러스해서 더 가져가기도 한다. 그건 그 선수의 능력이다”라고 했다.
박규민 전력분석코치도 “쳇바퀴 흘러가는 듯한 일상인데 저희가 데이터를 토대로 브리핑을 할 때 선수들이 그 내용을 토대로 준비하고, 그 분석이 실전서 맞아떨어진 채 경기가 흘러갈 때, 그러면서 경기를 이길 때 많이 뿌듯하다”라고 했다.
구단의 각종 장비 투자에도 감사함을 전했다. 방석호 전력분석코치는 “1승, 2승 차이다. 그 1승을 위해 팀에 투자하고 선수에게 투자한다.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면 그만큼 구단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김)도영이처럼 경기 외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주는 선수가 나오지 않나. 그래서 구단도 투자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박규민 전력분석코치는 10개 구단 전력분석코치들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력분석파트의 데이터가 계속 축적되고, 경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 데이터만으로 경기를 이기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데이터가 있으면 참고할 수 있고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다”라고 했다.
전력분석팀과 얘기를 한참 나누다 급히 마무리를 해야 했다. 전력분석팀이 기자와 만나기 전에 구단 숙소 미팅룸에서 외야수 박재현과의 미팅을 잡았기 때문이다. 훈련이 끝난 오후였지만, 이들의 일과는 끝나지 않았다.
신용진 전력분석코치는 “재현 선수와의 영상 미팅이다. 타격영상을 찍고 편집해 놓은 게 있는데 작년 가을캠프, 이번 캠프에서 찍은 것을 보면서 어떻게 변했는지 보려고 미팅을 잡았다”라고 했다. 전력분석코치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