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상조 산업의 미래 下] 영원이 기억할개…댕냥이 장례 넘어 AI 추모까지 플랫폼의 진화

마이데일리

반려 인구 1550만 시대, 반려동물은 생애 전 과정을 함께하는 가족이 됐다. 그러나 마지막 배웅엔 여전히 법적 제도 공백과 인프라 부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개인 슬픔 넘어 산업·복지 영역 화두로 확장하고 있다.

이에 상·하 2회에 걸쳐 1700억원 규모로 성장한 펫 상조 시장 현주소와 상조 자본이 결합하고 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 중인 실태를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주>

장례는 시작일 뿐이다. 상조업계 자본이 펫 시장에 투입되면서 펫 상조는 ‘장례 대행’에 더해 ‘펫 라이프 통합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비용이 적지 않았지만, 보석으로라도 아이를 곁에 둘 수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추모는 더 이상 사진과 납골당에 머물지 않는다. 펫 상조는 장례를 넘어 ‘영원한 간직’을 설계하는 비즈니스가 됐다. 남겨진 보호자 삶까지 케어하는 서비스가 2032년 2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국내 펫 산업 생태계의 최종 승부처로 떠올랐다.

16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펫 장례 기업은 ‘슬픔을 수습하는 곳’에서 ‘추억을 큐레이션하는 플랫폼’으로 변신 중이다. 장례 이후 정서 지원과 인공지능(AI) 기반 추모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가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반려인의 깊은 상실이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가구 54.7%가 반려동물 사후 우울감을 경험하고, 이 중 16.3%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중증 ‘펫로스 증후군’을 1년 이상 겪는다. 테크(기술)가 펫로스의 해법으로 등판했다.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펫로스 경험 관련 조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 16.3% 앓는 중증 ‘펫로스’…상실감이 만든 거대 시장

대표적인 사례가 보람그룹의 생체보석 브랜드 ‘펫츠비아’다. 반려동물의 털·분골·발톱 등에서 추출한 원소로 사파이어를 제작해 일상에서 착용 가능한 보석으로 재탄생시킨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명품숍 ‘도프너’에도 입점하며 추모 문화를 ‘펫 주얼리’라는 하이엔드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AI 아카이브와 디지털 기술이 산업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21그램은 스페인의 제로투인피니티와 업무협약을 맺고 ‘은하수 장례‧추모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반려동물의 유골분 일부를 별 모양 기념물에 담아 우주로 보낸다. ‘우주의 별이 되어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반려인 마음을 공략한다.

펫포레스트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 네이블과 손잡고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를 도입했다. 내달부터 24시간 AI 상담을 제공해 보호자는 시간·제약 없이 필요할 때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세레니티힐은 블록체인 기반 ‘펫 캐쉬 토큰’을 도입하고, 반려동물의 털이나 발톱을 생체보석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제작, AI 기반 아카이브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반려동물 메모리테크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세레니티힐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단순 이별로 끝내지 않고, 기억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여정으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펫포레스트 경기광주점에 전시된 펫츠비아. /보람그룹

◇ ‘규모의 경제’ 실현하는 상조 중견기업…시장 재편 가속화

펫 장례업은 동물보호법과 장사법의 이중 규제를 받는다. 까다로운 인허가 요건과 높은 초기 투자비 탓에 그간 지역 소규모 사업자 위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최근 자본력과 브랜드를 갖춘 사모펀드와 상조 대기업이 본격 진입하며 시장은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21그램은 사모펀드 프랙시스캐피탈의 투자를 바탕으로 ‘바이앤빌드’ 전략을 가동, 전국 소규모 장례식장을 인수·통합하며 연간 7000건 이상의 장례를 소화하고 있다. 하루 약 20건의 장례식에 100명이 넘는 보호자가 방문 중이다.

보람그룹 ‘스카이펫’은 36년 상조 의전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해 장례지도사가 직접 주관하는 정교한 프로세스를 선보인다. 이러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다. 펫츠비아는 생체보석을 앞세워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타진하며 ‘K-펫 엔딩’의 수출 가능성을 열었다.

보람뿐 아니라 프리드라이프, 교원라이프 등 주요 상조기업은 이제 자신을 단순 장례 업체가 아닌 ‘라이프 큐레이터’로 규정한다. 기존 방대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출생·양육·이별·추모를 하나의 라이프 사이클로 묶어 관리하는 전략이다. 반려동물 장례는 펫코노미 시장의 핵심 축으로, 산업 외연을 확장하는 미래 동력이 되고 있다.

반려동물 고양이와 강아지. /게티이미지뱅크

◇ 공공복지로 스며든 펫 상조…“보편적 복지 영역으로”

펫 상조 산업은 공공 영역으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서울시가 21그램, 펫포레스트, 포포즈 등 민간 기업과 협력해 시행 중인 ‘사회적 약자 반려동물 장례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단돈 5만원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 보호자의 부담을 줄였다. 이는 반려동물 장례가 사회복지 차원까지 확장됐음을 시사한다.

서울시뿐 아니라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도 반려동물 장례비와 화장비를 지원하고 장례시설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펫 상조는 장례만 책임지는 서비스가 아니라, 생전의 여행부터 사후의 영구적 보존까지 설계하는 라이프 큐레이터로 진화하고 있다”며 “커져가는 펫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는 보호자의 마음을 끝까지 책임지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펫 상조 산업의 미래 下] 영원이 기억할개…댕냥이 장례 넘어 AI 추모까지 플랫폼의 진화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