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비하인드] ‘진짜’를 설계하다… ‘직장상사 길들이기’의 연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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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의 집요한 노력으로 완성도를 높인 ‘직장상사 길들이기’.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작진의 집요한 노력으로 완성도를 높인 ‘직장상사 길들이기’.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의 서바이벌은 설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극단성을 현실로 설득하려는 제작진의 집요한 선택에서 시작된다. 호주와 태국을 오간 글로벌 로케이션부터 거대 수조에서 구현한 비행기 추락 장면까지 영화의 긴장감은 철저한 물리적 환경 위에서 완성됐다.

‘직장상사 길들이기’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인해 죽일 만큼 미운 직장 상사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 분)와 무인도에 고립된 린다(레이첼 맥아담스 분)가 직급 떼고 벌이는 권력 역전 이야기를 그린다. ‘이블 데드’ 시리즈, ‘드래그 미 투 헬’, ‘스파이더맨’ 시리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등을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레이첼 맥아담스와 딜런 오브라이언은 각각 린다와 브래들리로 분해 호흡을 맞췄다. 지난달 28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설정의 기발함보다 이를 현실로 설득하는 연출과 제작 방식을 선택했다. 무인도를 하나의 캐릭터처럼 다루고 비행기 추락 장면을 물리적 촬영으로 구현한 선택 역시 이러한 방향성의 연장선이다. 

우선 이 단순한 설정을 현실로 밀어붙이기 위해 제작진은 촬영 방식과 로케이션 선택부터 접근법을 달리했다. 도입부와 결말부에 등장하는 직장 공간과 린다의 집, 기내 시퀀스를 호주 대형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며 안정적인 연출 기반을 마련했다. 반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무인도 장면은 실제 자연이 가진 질감을 포기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태국 남서부 해안 일대에서 5주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하며 울창한 초목과 거친 해안선이 공존하는 장소를 찾아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이안 그레이시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춘 해변”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의 말처럼 스크린 속 무인도는 생존의 무대이자 인물들의 심리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존재로 기능한다.

샘 레이미 감독은 미술팀과 생존 전문가까지 동원해 고증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힘썼다. 그는 “이야기가 파격적인 만큼 촬영지는 물론 그곳에서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것들, 사냥할 수 있는 대상, 주변 환경까지 모두 철저히 현실에 맞춰야 했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작가 마크 스위프트 역시 “관객들은 진짜를 갈망한다”며 실제적인 로케이션과 프로덕션이 영화의 설득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영화의 톤을 단숨에 전환시키는 비행기 추락 장면 역시 물리적 체험을 중심에 둔다. 해당 시퀀스는 호주에 위치한 디즈니 스튜디오의 대형 수조 세트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실제 전세기 내부를 구현한 분해형 세트를 제작해 이를 수조에 직접 침수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CG에 의존하기보다 카메라 앞에서 발생하는 실제 상황을 포착하려는 선택이었다.

샘 레이미 감독은 이 장면을 위해 렌즈 구성과 카메라 동선, 배우의 움직임까지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했다. 물리적 특수 효과가 대거 포함된 만큼, 모든 샷은 계산된 리듬 위에서 진행됐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수중 촬영에 대해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안전 관리가 매우 철저해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수중에서 안전벨트를 풀고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은 스스로도 한계에 가까운 몰입을 요구받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샘 레이미 감독 역시 해당 장면에 대해 “연출자로서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그 자리에 앉아 물이 차오르는 경험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배우의 체험적 연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물리적 경험은 화면에 그대로 반영되며 영화의 서바이벌 감각을 한층 밀도 있게 끌어올린다. 설정을 현실로 밀어붙인 제작의 집요함은 이 영화를 지탱하는 진짜 동력이다.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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