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러한 통합 논의에 힘을 실으면서다. 수도권 과밀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통합 논의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비전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선거를 앞두고 ‘치적 싸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행정통합 논의를 다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을 상임위원장으로 박범계·이정문·박정현·이광희 의원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다. 이번 특위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통해 ‘국가 균형 성장’ 정부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라고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주당 대전·충남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광역자치단체 간 첫 통합 사례인 만큼 적극적인 협조를 강조하는 한편,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장을 뽑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행정 조력을 당부하며 통합완료 시점을 사실상 못 박았다.
이번 통합은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지역 균형 성장의 모델을 만들겠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권역별 특색 있는 발전 모델을 만들어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서 버텨낼 힘을 만들자는 이 대통령의 ‘5극 3특’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대전·충남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권의 자립적 경제권을 형성하고, 국가 균형 성장 전략인 ‘5극 3특’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초광역 경제권’ 탄생할까?… ‘졸속 추진’ 우려도
실제 두 지역이 통합된다면 대전·충남은 약 357만의 인구, 200조 규모의 지역내총생산을 갖춘 초광역 경제권을 형성하게 된다. 당장 수도권과 견줄 만한 체급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당은 내년 1월 말까지 숙의 과정을 거친 후 논의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중순까지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방선거전까지 통합 논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산이다.
여권의 속도감 있는 통합 추진에 당초 논의를 주도했던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을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속도전이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정치적 목표’가 담겨있다고 보면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차출설 등이 거론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대전·충남 통합이라는 큰 방향에 찬성”이라며 “그러나 정치적 셈법이 개입된 선거용 통합,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졸속 추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향후 민주당이 발의한 특별법과 관련해 여야의 힘겨루기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현재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과 다른 새로운 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성 의원 법안은 종합선물세트처럼 만들어져 있다”며 “어떤 것 하나 제대로 실행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여권은 논의를 통해 지역 핵심 비전과 중앙정부로부터의 권한이행 및 지역 산업구조 개편 방안 등을 담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의 표심을 가를 수 있는 이슈인 만큼, 여야의 ‘성과 챙기기’는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자칫 통합의 졸속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서로 다른 문제를 가진 두 지역을 기계적으로 결합했을 때 발생할 비효율과 부작용에 대해 학계와 전문가들의 치열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치적 쌓기’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토론회와 주민투표 등 시민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절차를 선행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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