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언어재활사 국시 응시생 수백명, 재시험 요구 탄원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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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언어재활사 국가고시 응시생들 다수가 난이도 조절 실패 및 시험 출제 방식을 지적하면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측에 재시험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 뉴시스
올해 언어재활사 국가고시 응시생들 다수가 난이도 조절 실패 및 시험 출제 방식을 지적하면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측에 재시험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최근 치러진 2025년 언어재활사 국가고시 응시자 수백명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 측에 재시험 요구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언어재활사 국시 문제 유형 및 출제 방식 변경으로 인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올해 언어재활사 국시는 지난 6일 진행됐다. 언어재활사는 언어습득 과정이나 언어처리 과정에 결함 또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진단과 훈련, 재활을 실시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다수의 언어재활사 국시 응시생들은 올해 시험에 대해 하나같이 △난이도 조절 실패(난이도 상향) △시험 글자 수 대폭 증가 △문항 구조 변화(보기 문항 폭증) △시험 시스템 변경에도 응시 시간이 전년과 동일한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언어재활사 국시의 난이도를 높이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일부 문제 출제위원들이 의도적으로 문제를 어렵게 제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 응시생은 지난 7일 ‘2025년 언어재활사 국시 비대위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다. 해당 오픈 채팅방에는 900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했고, 이들 중 과반 이상이 재시험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응시생과 참여자 일부는 네이버 폼을 통해 ‘2025년 언어재활사 국시 재시험 탄원서’를 만들었고, 700명 이상이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시험 탄원서는 18일 등기 발송했으며, 이르면 오는 19일 국시원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응시생들이 올해 시험의 난이도 조절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지난해 시험에 비해 글자 수가 너무나 늘어나서 문제를 풀기 위해 글자를 읽는 시간만 하더라도 80분 이상에 달해서다.

언어재활사 국시 응시생들은 올해 시험 1교시(신경언어장애·유창성장애·음성장애 3과목) 문제의 글자 수를 하나하나 세어 본 결과 텍스트량(음절수)은 총 ‘1만3,287음절’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국시 1교시 음절수(1만173음절)에 비해 3,114음절이 늘어난 것으로, 비율로는 30.6% 증가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올해 시험에서 각 과목의 글자 수 및 음절 증가량은 △신경언어장애 4,820음절, 25%↑(+997음절) △유창성장애 4,928음절, 27%↑(+1,048음절) △음성장애 3,539음절, 44%↑(+1,089음절) 등이다.

응시생들 사이에서는 전문시험을 치를 때 글을 이해하면서 ‘1분당 150음절(150글자)’을 읽는다면 매우 빠른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를 기준으로 먼저 지난해 1교시 시험 과목의 음절수(1만173글자)를 읽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68분이다. 올해 1교시 시험의 경우 1만3,287음절을 1분당 150음절 속도로 읽으면 약 88.6분이 소요된다. 1교시 시험 시간은 75분으로, 매년 동일하다. 올해는 글자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문제를 읽고 처리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시험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응시생들의 주장이다.

올해 언어재활사 국가고시 응시생 다수는 시험 문제의 글자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났고, 보기 문항 비율도 크게 증가한 것은 출제 방식이 바뀐 것으로, 이는 시험방법이나 제도 변경과 동일한 만큼 재시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게티이미지
올해 언어재활사 국가고시 응시생 다수는 시험 문제의 글자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났고, 보기 문항 비율도 크게 증가한 것은 출제 방식이 바뀐 것으로, 이는 시험방법이나 제도 변경과 동일한 만큼 재시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게티이미지

글자를 읽는 속도가 1분당 130음절인 경우에는 1만3,287음절을 읽는 데에 약 102분이 소요되며, 1분당 110음절 정도를 읽는다면 약 120분이 걸린다. 이 경우 1교시 시험시간인 75분보다 27∼45분을 초과하게 된다.

또한 ‘보기’를 제시한 문제(보기문항)도 1교시 3개 과목에서 전부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보기 문항 수는 과목별로 △신경언어장애 30문항 중 21개(전년 대비 3문항 증가, 17%↑) △유창성장애 25문항 중 23개(전년 대비 3문항 증가, 15%↑) △음성장애 25문항 중 16개(전년 대비 7문항 증가, 77%↑) 등으로 집계됐다. 보기문항 평균 증가율은 약 28%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문제 자체가 단순 이론 확인이 아닌 이론을 응용·반영해야만 답을 도출할 수 있는 문항이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1급 기준 전체 140문항 중 해석 문항은 55개(39.3%), 해결 문항은 63개(45.0%)를 차지했으며, 2급은 150문항 중 해석 문항 52개(34.7%), 해결 문항은 63개(42.0%)로, 기본 개념 이해를 전제로 한 해석 및 적용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구조로 문제가 출제됐다. 1급·2급 모두 이전과는 다른 기조로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응시자들은 이를 두고 “응시자의 임상지식보다 독해 속도와 정보처리량이 합격을 결정하는 구조가 된 것을 의미한다”며 “또 보기문항과 사례형 문항의 증가는 단순 난이도 상승이 아니라 선택 정보 처리량과 인지부하의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사실상 출제 방식이 변경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올해 언어재활사 1급 시험의 경우 CBT(컴퓨터 기반 시험)이 처음 시행되면서 응시생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에 언어재활사 국시 응시생들은 ‘보건의료인 국가시험관리규정 15조(추가시험)’을 근거로 재시험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원장(국시원)이 시험방법 등 제도의 변경으로 인해 당해시험 합격률이 최근 5년간 해당직종 평균 합격률 대비 25%포인트 이상 하락한 경우 추가시험 시행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가시험 시행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국시원에서는 추가시험 시행계획을 수립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5년 언어재활사 국시 합격률 평균치는 △1급 63.16% △2급 71.78%로 알려졌다. 올해 1급과 2급의 합격자 비율이 각각 38%, 46% 이상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재시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 언어재활사 국시 합격자 및 합격비율 발표는 오는 24일 공개된다.

국시원 관계자는 “지금 언어재활사 국시 관련해 여러 민원이 접수된 것은 사실이며 탄원서 접수와 관련해서도 이야기는 전달받았다”며 “민원인(응시생)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살펴보면서 검증을 하는 과정에 있으며, 음절이 늘어난 경향이 보이는 것도 일부 파악은 되는데 다만 이게 합격률과 관계가 있는지 인과관계 여부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합격자 발표를 하기 전이고, 절차대로 검토를 진행 중인 만큼 재시험 여부에 대해서는 논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언어재활사 합격자 발표를 한 후 추가시험 시행 여부를 면밀히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시원은 지난 2016년 작업치료사 시험 불합격자를 대상으로 추가시험을 실시하고 나섰다. 당시 작업치료사 국시 재시험은 문제 유형 변화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지나치게 불합격자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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