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마트 리더십의 착각' 중심 없는 유연함은 변덕이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리더의 모습은 종종 날씨 같다. 아침에는 화창하던 하늘이 오후엔 갑자기 비를 쏟아내듯, 표정과 말투, 지시의 톤이 상황마다 바뀐다. 어제의 격려가 오늘의 질책으로 바뀌고, 방금의 칭찬이 잠시 후 꾸중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기상청만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태도도 예측불허해 구성원들은 "오늘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 일하게 될까?"를 가늠해야 한다. 그래서 한 팀원은 자신의 리더를 두고 이렇게 농담했다. "우리끼리는 쓰리변이라고 불러요. 변비·변덕·변태의 변을 합친 건데… 말투도, 분위기도, 기준도 너무 자주 변하니까요" 웃으며 던진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리더의 태도에 대한 피로와 불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런 불평의 원인은 리더 탓만 할 수도 없다. 변화가 시시각각 몰아치는 컨택센터는 리더를 끊임없이 흔들어댄다. 작은 오류는 금세 VOC로 번지고, 마감 압박은 하루에도 여러 번 온도를 바꾼다. 팀원의 상태와 고객의 감정은 실시간으로 변하며, 본사의 지침은 어떤 날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어떤 날은 태풍처럼 몰아친다. 

이런 가운데 리더의 말투와 태도가 균형을 잃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상황에 맞춰 적절한 힘을 선택하는 스마트 리더와 감정의 기복에 따라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변덕맞은 리더는 천지차이다.

스마트 리더십은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관된 중심을 기반으로 가장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변화무쌍한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리더십이다. 스마트 리더십과 변덕의 차이는 단순하지 않다. 

표면적으로 보면 두 리더 모두 상황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꾸기 때문에 얼핏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구성원은 금방 느낀다. 이 사람이 상황을 읽고 필요에 따라 다른 방식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과 압박에 휘둘려 말과 태도가 흔들리는 것인지. 

진짜 유연함은 물결 위에 아무렇게나 떠다니는 나뭇잎이 아니라, 물결 속에서도 뿌리를 잃지 않는 수초처럼 중심을 지키며 움직이는 것이다. 스마트 리더십의 유연함은 ‘흐름에 떠밀리는 변화’가 아니라 ‘목적을 위해 선택한 변화’다.

스마트 리더에게 흔들림을 견디게 하는 네 가지 내부 구조가 있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하지 않는 중심 가치가 있다. 공정함, 명료함, 책임, 사람 중심과 같은 가치는 리더의 기준점이 되어 말투가 달라져도 메시지가 일관되게 유지된다. 구성원은 그 가치를 통해 리더가 변덕을 부린다가 아니라 상황에 맞춘다고 눈치 챈다.

둘째, 스마트 리더는 자신이 흔들리는 순간을 정확히 알고 있다. 콜 폭주 시 자동으로 조바심이 올라오고, 클레임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탓을 하고 싶어진다. 보고 누락이 생기면 바로 추궁하고 싶고, 갈등이 발생하면 은근슬쩍 피하고 싶어진다. 반복적인 패턴은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패턴이 아니라, 그 패턴이 리더를 지배하는 것이다. 스마트 리더는 그 반응이 올라오는 1초를 포착해 다른 선택을 시도한다.

셋째, 유연함은 태도가 아니라 행동 실험을 통해 길러진다. 지시하려던 순간 질문으로 바꿔보고, 지적하고 싶을 때 심호흡을 한다. 방어 본능이 올라올 때 "상황을 먼저 정리해보면"으로 문장을 시작하고 화가 올라올 때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을 천천히 한다. 이런 작은 멈춤과 실험들이 리더의 행동 레퍼토리를 넓힌다. 반복될수록 리더는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고, 그 선택이 곧 유연함의 힘이 된다.

넷째, 스마트 리더는 매일의 행동을 성찰한다. "내가 흔들린 순간은 언제였는가?", "그때 나를 움직인 것은 감정이었나 가치였나?", "오늘 나는 새로운 실험을 했나?", "내일은 무엇 하나를 다르게 해볼까?" 이런 질문이 쌓일 때 리더의 행동은 가식적인 쇼맨십이 아니라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된다.

완벽한 리더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흔들린다고 해서 모두 변덕스러운 것은 아니다. 변덕 리더는 감정이 행동을 끌고 가도록 두는 사람이고, 스마트 리더는 가치가 행동을 이끌도록 선택하는 사람이다. 

유연함은 흔들림이 없는게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는가로 결정된다. 오늘의 당신은 파도에 따라 떠밀리는 나뭇잎이었는가, 아니면 물결 속에서도 뿌리를 지키는 수초였는가 되짚어볼 일이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성신여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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