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 번째 시즌까지는 (김)태군이가 해줘야 되고, 마지막 시즌에는 (주전)경쟁할 수 있으면 좋죠.”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은 2023시즌 막판 김태군(36)과 3년 25억원 비FA 다년계약을 맺고 위와 같이 말했다. 2025시즌까지는 김태군이 확실하게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계약 마지막 시즌인 2026년엔 백업 한준수(26)가 김태군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잘해주는 게 최상이라는 얘기였다.

2년이 흘렀다. 김태군-한준수 체제는 2024시즌 통합우승을 견인했지만, 올 시즌 8위 추락을 막지도 못했다. 김태군이야 이미 리그 정상급 포수다. 수비력과 공수 작전수행능력이 리그 최상급이다. 30대 중반이라서 더 이상 성장할 여지는 거의 없다.
결국 KIA 안방이 더욱 강해지려면 한준수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준수는 잘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통도 겪는다. 2023시즌 한승택, 주효상 등을 제치고 1군 백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더니, 2024시즌에는 115경기서 타율 0.307 7홈런 41타점 OPS 0.807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에는 103경기서 타율 0.225 7홈런 26타점 OPS 0.673으로 주춤했다. 극단적 오픈스탠스라는 자신만의 확실한 자세가 있다. 그러나 타격에서부터 고전을 많이 했다. 아직 풀타임 경험이 부족하니, 그럴 수 있다.
더구나 경기운영, 볼배합과 투수리드에서 아쉬운 점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시즌 막판 노시환(25, 한화 이글스)에게 같은 패턴으로 승부하다 3연속 홈런을 맞자 이범호 감독이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모습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은 그날 이후 시즌 막판까지 한준수의 기용 비중을 더 높였다. 훗날 주전포수가 돼야 할 선수를 강하게 키웠다. 타격에 워낙 강점이 있어서, 경기운영과 수비를 좀 더 잘해주면 훗날 주전포수로 손색없는 선수인 건 맞다. 그러나 심재학 단장의 2년 전 희망이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KIA는 내년에도 김태군이 절대적으로 주전포수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오히려 백업포수를 두고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최근 두 차례나 팔꿈치 수술을 받은 키움 히어로즈 1차 지명 출신 주효상(28)이다. 이범호 감독은 시즌 막판 주효상을 몇 차례 기용하며 호평했다. 마무리훈련에서도 구슬땀을 흘렸다. 주효상 역시 타격재능이 있는 포수다. 내년에 한준수와 1군 백업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주효상은 10월4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최종전서 3안타를 쳤다.
이런 구도가 오히려 KIA의 미래에 좋을 수도 있다. 한준수는 물론, 김태군까지 건전한 긴장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군은 어차피 내년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FA가 된다. 지금 안방 구성을 볼 때 KIA가 1년 뒤에도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지만, 미래를 바라볼 땐 한준수와 주효상이 건전하게 경쟁하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이다.

과연 포스트 김태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주효상은 긴 부상 터널을 막 빠져나와 의욕이 넘친다. 둘 다 타격에 재능이 있는 만큼, 수비와 경기운영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태군은 올 시즌 중 후배 포수들에게 타격에 대해선 전혀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태군은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선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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