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코엑스=김지영 기자 까만 원두 가루 위, 물줄기로 원을 그리자 짙은 빛의 커피가 똑 똑 하고 떨어진다. 바리스타의 손짓에 집중하던 사람들은 시음잔을 건네받고 향부터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19일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 박람회, ‘서울카페쇼 2025’ 현장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소비자부터 겨울 음료를 준비하려는 카페 운영자, 그리고 예비창업자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개막일부터 현장을 찾았다.
◇ 도쿄 유명 스페셜티부터 저당 라떼까지
현장에선 베트남 메종 스페셜티 커피, 네덜란드의 닥 커피 로스터스, 일본의 글리치 등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시음을 위해 긴 줄도 마다않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부스가 북적였다.
자신을 바리스타라고 밝힌 한 여성은 인상 깊은 브랜드로 도쿄의 글리치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 비해 스페셜티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개인카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런 스페셜티를 제공하는 가게도 많아졌다”며, “저가커피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지만 동시에 스페셜티에 대한 수요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셜티는 일반 상업 커피와 비교해 향, 산미, 바디감이 뛰어나고, 확인 가능한 원산지에서 소량 생산된 원두로 만들어지는 커피를 의미한다.
한 커피업계 종사자는 알룰로스를 활용해 저당시럽, 잼을 제조하는 몽크슈 부스에서 알룰로스 시럽을 넣은 라떼를 시음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당시럽을 살펴보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다고 밝힌 그는 “설탕과 별로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또 “음료에 저당 시럽을 기본으로 하면 좋을지, 선택사항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라며 “아직은 카페에서 저당 시럽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몽크슈 천준희 MD는 “기존에는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하는 B2C가 대부분이었는데 작년부터 저당 열풍이 불면서 카페에 납품되는 B2B 거래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소비자로서 여러 차례 카페쇼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한소담(35), 박재영(35) 부부는 “홈카페 문화가 유행하는 만큼 드립퍼, 필터 등 커피를 내리는 도구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드립 스탠드, 드립퍼 등을 수입·판매하는 스밀스의 관계자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홈카페 문화가 유행하면서 B2C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 디카페인 넘어 무카페인, 종이빨대에서 PLA로
체리코 부스에서 치커리로 만든 무카페인커피도 만나볼 수 있었다. 치커리커피는 1806년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으로 영국으로부터 커피 수입이 불가능해진 프랑스에서 널리 확산됐다. 치커리와 함께 자주 쓰이는 대체커피 원료로는 오르조, 민들레 뿌리 등이 있다.
커피 대체품으로 현재 오르조(보리) 커피를 이용하고 있다는 한영인(47) 씨는 치커리커피 시음 후, “오르조에 비해 산미와 향이 껴지는 것 같고 맛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체리코 한국 공식 수입사 헬시바이트의 김은지 대표는 “기후에 의해 커피 원두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체커피 시장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엠그리너 부스에서 다양한 친환경패키지도 볼 수 있었다. 사탕수수 소재 PLA 빨대 등 친환경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식회사 리와인드 박원욱 대표는 “PLA는 생산과정과 소각과정에서 일반 PP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고 설명했다.
PLA는 일정 조건을 갖춘 퇴비화 시설에서 생분해가 가능해, 친환경 소재로 자주 거론되지만 국내에는 설비가 없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퇴비화 시설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PLA를 바이오가스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바이오가스화가 자리잡으면 자원순환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부대행사로 코리아 내셔널 바리스타 챔피언십 등 바리스트 경연대회와 커피 산업 전문가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월드리더스포럼’도 진행됐다. 이날 컨퍼런스 발표자로 나선 월간커피의 홍준기 부장은 2026년 커피트렌드로 ‘크로스 카페’를 언급하고, 웰니스 커뮤니티 ‘서울 모닝커피 클럽(SMCC)’의 ‘에스프레소 런’을 예로 들었다. 에스프레소 런은 러닝 코스 중간에 커피를 마시는 휴식을 취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인데, 이처럼 러닝크루·독서모임과 같은 커뮤니티 기반 활동이 카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올해로 24회를 맞은 서울카페쇼는 22일까지 진행되며 35개국의 631개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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