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생존하고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낡고 경직된 규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정거래법과 금융 규제를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다.
20일 최 회장은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이같이 밝히며,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기업과 국가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또 AI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에 맞춰 규제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최 회장은 "공정거래법을 없애자, 이런 얘기가 아니라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가 대규모 투자와 유연한 경영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와 같은 대기업이 AI, 반도체 등 미래 핵심 분야에 신속하고 대담한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해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지분율 기준(예: 상장사 30%, 비상장사 50%)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복잡한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곳에 즉시 자금을 투입하고,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및 사업 재편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 마련하자는 것이다.
금융 규제와 관련해서는 "금융 산업을 보수적으로 묶어두는 현행 규제가 빅테크 및 AI 관련 신규 금융 서비스의 출현을 어렵게 만들고, 기업들의 혁신적인 금융 활용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AI 기반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 테스트를 허용하고,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벤처 투자,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운영 등 금융 관련 활동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규제는 산업을 옥죄는 족쇄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길을 터주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경제계 전체의 의견을 대변했다. 낡은 규제들을 개선하여 한국 기업들이 AI 시대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요청이다.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 법안들의 처리를 서둘러,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당부했다.
이는 SK그룹이 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환경이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기업과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서 어떻게 하면 집중화된 자금과 이야기를 모아 투자를 제대로 제때 하느냐,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 숙제를 해낼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과거 성공적인 벤처 붐으로 훌륭한 유니콘 기업들을 만들어냈지만 그 다음에는 새로운 발전이 정체돼 있다"고도 했다.
이어 "지금은 AI 붐이고, 이제는 AI로 무장된 새로운 종류의 기업들이 필요하다"라며 "새로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 새로운 종류의 스타트업 AI 컴퍼니, AI로 무장된 회사들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우리 성장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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