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취소판정이 불러온 공방… ‘누가 잘했나’

시사위크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론스타' ISDS 취소 신청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오후 3시 22분경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새벽 1시 22분경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론스타' ISDS 취소 신청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오후 3시 22분경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새벽 1시 22분경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한국 정부가 론스타와의 13년 국제소송에서 ‘배상금 0원’ 결정을 이끌어냈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국가 재정과 금융감독권을 지켜낸 성과”라고 의미를 부각했지만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시각이 갈리고 있다. 승소 발표 직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민주당의 문제 제기를 겨냥해 자신이 취소 신청을 추진한 점을 강조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에 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YTN 라디오에서 “정쟁으로 끌 필요는 없다”고 밝히며 개인적 견해를 내놨다.

6조원대 배상 요구에서 시작된 이번 소송은 취소위원회의 결정으로 법적 결론은 났지만 성과의 귀속을 둘러싼 해석은 새롭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론스타가 “새로운 재판부 구성을 기대한다”며 반발하면서 국제적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법적 분쟁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승소가 국내 정치에서 어떤 위치를 갖게 될지가 관심이 집중된다.

◇ 13년 소송의 종착점, 정치 전쟁의 출발점

정부는 18일 오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기존 중재판정부의 론스타 승소 판정을 전면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 정부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원금 2억1,650만 달러와 이자를 포함한 정부의 배상 책임이 모두 소멸했다”며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특히 “절차 규칙 위반 등 핵심 쟁점을 집요하게 설득한 결과”라며 10여년 넘게 소송을 이어온 법무부 국제법무국과 관계부처의 노력을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취지의 평가를 내놓았다. 강유정 대변인은 “정부에 위법 행위가 없었음에도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오류가 바로잡혔다”며 “정부를 믿고 응원해 준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판정을 ‘금융감독권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서 재확인한 결과로 규정하며 사건이 남긴 상징성을 부각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이번 ISDS 분쟁은 2003년 론스타가 부실화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론스타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약 5조9,000억원 규모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홍콩상하이은행은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글로벌 금융사였다. 그러나 당시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한 사법 판단이 진행 중이었던 탓에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지연됐고 결국 매각 계약은 무산됐다.

사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사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론스타는 지연으로 인해 더 높은 가격에 팔 기회를 잃었다며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ISDS)를 제기했다. 청구액은 46억7,950만 달러, 약 6조원에 이르렀다. 이후 양측은 수천 건의 자료를 제출하고 수년간 치열한 심리를 이어갔고 2022년 첫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청구액 가운데 4.6%만을 인정해 한국 정부가 약 2억1,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2022년 첫 판정이 내려진 뒤에도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 론스타는 “판정부가 인정한 금액이 실제 손해에 비해 너무 적다”며 배상액 확대를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심리 과정에서 절차적 오류와 월권이 있었다”며 판정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이 동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건은 상급 기구인 ICSID 취소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번에 취소위원회가 원판정을 전면 무효화하면서 2022년 한국 정부에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던 결정은 법적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승소 발표 직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장관 재직기였던 2022년 취소신청을 추진한 사실을 강조하며 당시 민주당이 “승소 가능성은 제로라며 로펌만 배불린다”고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민주당이 그 잘못된 판단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이번 결과는 여러 정부를 거치며 법무부 국제법무국을 중심으로 10년 넘게 이어 온 대응의 성과”라며 한 전 장관의 프레임에 반박했다.

당사자인 론스타는 즉각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론스타 대변인은 “절차적 이유로 판정이 취소됐을 뿐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재판부 구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ICSID 취소 절차의 구조상 새 중재판정부가 자동으로 꾸려지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재심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취소 판정은 법적 책임을 완전히 지운 정부의 “완승”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성과와 책임을 해석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뒤섞이며 새로운 논쟁을 낳고 있다. 특히 승소의 의미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향후 금융감독 체계 논의와 국내 정치 지형에 어떤 방향의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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