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슈링크플레이션 보완 지시에 외식업계 “조리하면 무게 달라져…현장 여건 반영해야”

마이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제도적 보완 지시에 외식업계가 현실을 반영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행위를 가르킨다. 체감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대표적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1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9회 국무회의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은 꼼수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공정거래위원회·농림축산식품부가 참여하는 ‘물가 및 소비자 보호 TF’를 꾸려 제도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핵심은 제품 내용량이나 중량이 줄어들 경우 최소 3개월간 포장 전면에 이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대통령 발언 이후 외식업계는 규제 기준이 실제 조리 환경과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포장·배달 치킨 기준을 ‘마리’에서 g(중량) 단위로 전환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조리 전·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무게를 잡을지부터 명확하지 않고, 같은 원육을 사용해도 튀김옷 두께나 조리 방식에 따라 손실률이 크게 달라진다”며 “닭다리·윙 같이 부위별 편차가 큰 메뉴는 기준 자체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조차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분 증발량이나 소스 양처럼 매장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까지 중량을 강제하면 점주 부담이 폭발적으로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의적인 고객 컴플레인까지 감안하면 매장 운영이 흔들릴 수 있고, 본사도 영업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아직 구체적 기준이 나오지 않은 만큼 현장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합리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떡볶이 같은 즉석조리식품도 매장 단위의 수작업 특성상 중량 산정이 더 어렵고,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가 커 일률적인 규제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내 교촌치킨의 모습. /뉴시스

소비자단체는 이 대통령 발언을 ‘시장 신뢰 회복의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가 소비자 신뢰 회복과 투명한 가격 체계 확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슈링크플레이션이 점점 교묘해져 기업 자율만으로는 투명성 확보가 어렵다”며 “포장지 디자인이나 용량 표기가 조금만 바뀌어도 소비자가 변화를 즉각 알아채기 어렵다. 실태 파악을 위해선 지속적·정밀한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소비자단체와 협업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며 “기업의 용량 변경이 정당한 조치인지, 슈링크플레이션에 해당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정보가 축적돼야 한다. 관리가 느슨해지면 놓치기 쉬운 만큼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구조와 기업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개입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모든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를 정부가 일일이 관리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압박과 물가·인건비 상승이 겹친 상황에서는 기업이 가격을 쉽게 올리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이 용량을 조정하는 방식을 현실적 자구책으로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가 변화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알리는 것은 기업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투명한 정보 제공 체계만 갖춰지면 시장은 스스로 조정 기능을 발휘한다”며 “정부가 전 분야를 직접 규제하기보다, 정보 공개를 강화해 소비자 선택권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식약처는 올해 1월부터 제과·빙과·라면류를 대상으로 ‘내용량 변경 표시제’를 시행해 중량 감소분을 3개월 이상 표기하도록 했다. 이번 논의는 다시 한번 정부가 가격 투명성 강화를 물가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이헌승 의원(국민의힘)은 증인으로 출석한 송종화 교촌에프앤비 대표에게 “순살치킨 한 마리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였으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며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공지 부족을 인정한다”며 “배달앱 등 모든 판매 채널에 변경 사실을 명확히 표시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교촌에프앤비는 순살 치킨 4종의 중량과 원육 구성을 기존 사양으로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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