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중은행은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출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고, 연말 재계약 시즌을 맞아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43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9년 2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며, 2023년에는 382조원을 기록했다. 이중 은행권 적립 규모는 225조7684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의 1위 경쟁은 치열하다. 신한은행은 적립금 50조1985억원으로 은행권 최초 50조원을 돌파하며 총액 기준 1위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15조원으로 14년 연속 업계 1위를 유지 중이다.
NH농협은행은 IRP(개인형 퇴직연금) 수익률(16.49%)로 5대 은행 중 1위를,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기준 IRP 적립금 규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중은행은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되자, 퇴직연금을 안정적인 비이자 수익원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지난 6·27 대책과 10·26 추가대책을 통해 △가계대출 공급량 축소(약 50%) △주담대 한도 6억원 제한 △DSR 기준 강화 △분할상환 확대 등을 시행하며 대출영업 문턱을 높였다.
이에 은행들은 장기고객 기반의 퇴직연금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장기간 유지되는 구조라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안정성을 높여주는 자산”이라며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의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들어 금융권의 고객 유치를 위한 각축전이 예고된다. 기업들이 운용사를 재계약하고, 개인 IRP 세액공제 혜택을 노린 가입·추가납입 수요가 몰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각 은행은 수수료 면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이벤트 마케팅 등을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증권사 및 보험사가 퇴직연금 고수익률을 자랑하는 만큼 은행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가 공격적인 수익 전략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은행권은 보수적 운용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앞세운 상품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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