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동서발전이 운영하는 울산화력발전소에서 해체 중이던 보일러타워가 무너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7명이 매몰돼 7일 오전 기준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상당한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직접적인 책임 소재 등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겠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중대재해 근절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장 내에서 대형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권명호 동서발전 사장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될 전망이다.
◇ 낙하산·알박기 꼬리표에 중대재해까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6일 오후 2시경이다. 울산광역시 남구 용잠동에 위치한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의 기력발전 5호기 보일러타워가 해체 작업을 하던 중 붕괴됐다.
해당 보일러타워는 오는 16일 발파 철거를 앞두고 사전 작업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고로 9명이 매몰됐으며 이 중 2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으나 이후 인명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7일 오전 기준 3명이 사망했고, 2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작업에 착수한 소방당국은 크레인 5대와 굴착기 등 중장비와 열화상 카메라, 내시경, 구조견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구조물들이 뒤엉켜 구조대의 접근 자체가 어려운데다, 추가 붕괴 위험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형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운영주체인 동서발전의 권명호 사장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 모습이다.
물론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직·간접적 책임 소지 및 법 위반 여부는 향후 관계당국의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보일러타워는 2021년을 기해 가동이 중단됐으며, 별도의 시행사를 선정해 지난달부터 내년 5월을 목표로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다만, 가뜩이나 안전과 중대재해 근절이 강조되고 있는 시기에 동서발전이 운영·관리의 주체인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점만으로도 권명호 사장에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거듭되자 특단의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그러던 중 발전공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관련 논란이 잇따르면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고조된 바 있다. 지난 8월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개 발전공기업 등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을 불러 모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적 처벌과 별개로 산업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페널티를 부여하겠다”며 “불법 하도급,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불법적 사안이 발견된 경우에도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권명호 동서발전 사장 역시 중대재해 예방 및 안전 강화를 위해 분주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8월부터 전 사업장 및 협력사의 중대재해 근절과 지속 가능한 안전경영 시스템 확립을 위해 안전보건 분야 등 4개 분과로 구성된 중대재해 예방 전담조직을 구축 및 운영해오고 있으며, 지난 3일에도 ‘모두가 안전하게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터’ 조성을 위한 중대재해 예방 전담조직(TF)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3일 뒤 발생한 중대재해로 여러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특히 권명호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직후 울산화력발전소를 찾아 이번에 붕괴된 보일러타워 해체공사 현장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해제공사 과정에서 철저한 안전관리를 강조했으며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건설·철거현장이 늘어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안전에 있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처럼 중대재해 근절이 화두로 떠오른 시기에 안전 강화를 강조해왔지만 이를 무색케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한국동서발전은 앞서 지난 7월에도 동해발전본부 동해화력발전소에서 3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추락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는 7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번 사고를 ‘예견된 참사’로 본다”며 “정부가 진정 공공 부문부터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한다면 수많은 산재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죽음의 외주화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전대책 대신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 요구가 수용된 게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명호 사장은 정치권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시절 비상계엄 직전에 취임해 ‘낙하산 알박기’ 꼬리표가 붙은 상태다.
권명호 사장은 울산 지역을 기반으로 구의원과 시의원을 거쳐 울산 동구 구청장을 지냈으며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어 지난해 4월 제22대 총선에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재선에 도전했으나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500여표 차이로 패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4일 한국동서발전 사장으로 취임했으나 정치권 출신인데다 발전공기업과 무관한 경력으로 인해 ‘낙하산’이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일으켜 탄핵되면서 ‘알박기’라는 꼬리표까지 더해지고 말았다.
이처럼 가뜩이나 가시방석에 앉아있던 상황에서 취임 1주년에 대형 중대재해까지 더해짐에 따라 향후 그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동서발전 측은 “아직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고 시행사 차원에서 진행 중인 작업이었던 만큼 아직은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며 “현재 대책반을 꾸려 적극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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