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역대 최대 실적, 현실은 오너리스크에 깊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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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미국 테네시 공장. /한국타이어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한국타이어가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견조한 본업 경쟁력을 재확인했지만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한온시스템의 재무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봉착하며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호실적과 이중 리스크가 공존하는 상황이 한국타이어의 중장기 전략과 기업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7일 한국타이어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4127억원, 영업이익 585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타이어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7070억원, 5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10.4%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올해 1분기 자회사로 편입된 한온시스템은 3분기 매출 2조7057억원, 영업이익 9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전기 대비 48.2%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문제는 연결 실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온시스템의 재무구조가 한국타이어그룹 전체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핵심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온시스템 편입 이전 30%대 초반이던 한국타이어의 연결 부채비율은 편입 이후 100%를 넘어섰다.

한온시스템의 순차입금 3조9000억원, 부채비율 250%대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점도 불안 요소다. 한온시스템은 2014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인수된 이후 차입매수(LBO)와 고배당 정책이 반복되며 재무 체력이 약화됐고, 전기차(EV) 전환기에 연간 6000억원대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며 부채 부담이 대폭 늘었다.

여기에 원가·물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643억원)이 이자비용(1173억원)에 못 미치는 ‘이자 부담 역전’ 구조까지 고착화되면서 한온시스템의 부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00억대 횡령·배임 혐의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조현범 회장의 부재라는 불확실성까지 더해지고 있다. 조 회장은 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조 회장의 공백은 EV 생산설비 투자,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중장기 전략 결정의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이 직접 추진해온 ‘한국타이어–한온시스템’ 간 시너지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한국타이어가 단기 호실적에 머물러선 안 되며, 경영 투명성 강화와 재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너 공백을 계기로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의 기술력과 수익성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지만, 오너 부재와 한온시스템의 재무 부담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며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악화로 이어져 자금 조달이나 해외 사업 확장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관리 실패는 기업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온시스템 인수로 단기 재무 부담과 장기 사업 불확실성이 동시에 부각된 가운데 한국타이어가 이 복합적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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