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한미 간 통상·안보 분야의 협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번 주중에 나올 가능성을 점쳤지만, 미국 내 추가 의견수렴 과정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상황이 조금씩 바뀌어 가기 때문에 어떻게 예측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팩트시트와 관련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략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시한을 넘길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 입장을 관철하도록 계속 협의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안보 분야 팩트시트 문구는 그대로 발표될 정도로 성안이 됐다고 한다. 당시에는 통상·무역 분야에서 협의가 더뎠던 상황이라 안보 분야 팩트시트 역시 발표가 미뤄졌고, 이번 경주 APEC을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무역 분야의 합의가 이뤄지면서 팩트시트도 곧 발표될 수순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이번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추가된 이슈 등을 포함한 팩트시트 내용과 관련해 검토에 나선 미국 측에 사정이 생기면서다. 이 관계자는 “유관 부서 리뷰 과정에서 일부 부서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야 하는 수요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미국 국방부, 에너지부 이외에도 여러 부처의 의견이 조율돼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안보 분야 조정 필요”
팩트시트가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요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핵심 쟁점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장 잠수함을 어디에서 건조할 것인지를 두고 한미 간 온도 차를 보이는 데다가, 핵연료 사용을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이다. 물론 팩트시트에서 세세한 내용을 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구체적 쟁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도 이러한 논의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조인트 팩트시트는 양 정상이 논의한 이슈들을 다 커버(cover)한다”며 "우라늄 농축·재처리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논의의 처음부터 끝까지 (잠수함을) 한국에서 짓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했다”며 “원자로도 우리가 개발해서 장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연료만 미국으로부터 공급을 받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외에도 여러 안보 이슈가 복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이 지연되는 것이 비단 원자력 추진 잠수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지금 진행되는 협상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놓고 벌어지는 큰 규모의 협상”이라며 “원자력 잠수함 이슈도 마찬가지고 동맹 현대화, 거기에 부수되는 국방비 등 많은 이슈들 하나하나만 해도 거대한 이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비중이 큰 사안이 협상되다 보니 조정에 민감해서 마지막까지 난항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설명대로라면 팩트시트 작업은 현재 이슈를 ‘확인(identify)’하는 정도이지 표현을 조정하는 단계까지 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발표 시점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정치권 내에선 우려도 고개를 든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이재명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조용하고 묵묵하게 실제 성과를 내는 것”이라며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합의된 것이 아니다‘라는 외교가의 격언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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