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배수의 진'.
달아날 길을 미리 끊어놓아, 살아남으려면 오직 앞으로 전진해야만 하는 전술이다. 성공한다면 결집된 힘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결과는 전멸이다. 전속계약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그룹 뉴진스의 현재 상황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비유는 드물다.
뉴진스와 어도어는 11일 열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의 2차 조정 기일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1차 조정에 이어 이번에도 협상은 결렬됐다. 이제 공은 재판부로 넘어갔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30일 본안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타협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어도어의 전속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선언하고 독자 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어도어는 여전히 계약은 유효하다며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여져 뉴진스의 독자 활동은 법적으로 봉쇄된 상태다.
어도어 측은 하이브가 뉴진스를 위해 210억 원을 투자하며 전폭 지원했다고 강조한다. “사건의 본질은 연예인으로 성공한 뒤 변심한 것”이라며, 전속계약 해지 사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뉴진스 측은 “민희진 전 대표의 축출로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며 “계약 당시 믿었던 어도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선다.
결국 이 싸움은 계약의 법적 유효성만이 아니라, ‘신뢰 관계 파탄’이라는 추상적 개념까지 법정에서 증명해야 하는 난제를 품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뉴진스의 편이 아니다. 뉴진스는 2022년 ‘Attention’, ‘Hype Boy’로 데뷔하며 순식간에 K팝의 정점에 올랐다. ‘Ditto’, ‘OMG’, ‘Super Shy’, ‘ETA’까지 히트곡을 내놓으며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분쟁이 장기화되며 브랜드 가치와 활동 모멘텀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
본안 소송이 길게는 수년을 끌 수 있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패소할 경우에는 거액의 위약금까지 떠안을 수 있다. K팝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얼굴로 채워지는 만큼, 멈춘 시간은 곧 치명적인 공백으로 이어진다.
뉴진스는 이제 돌아갈 길이 없다. 조정 실패로 판결만이 유일한 출구가 됐다. 배수의 진을 친 이들의 선택은 승리일 수도, 전멸일 수도 있다. 법원의 판단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뉴진스의 미래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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