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산업계 전반에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같은 그룹·업종 내에서도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잠정합의 또는 타결에 도달한 반면 기아·현대모비스와 HD현대중공업은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9일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교섭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노사는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난항을 겪으며 7년 만에 파업을 벌였으나, 하반기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합의안 도출에 이르렀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350%+700만 원 △위기극복 격려금 100%+150만 원 △글로벌 자동차 어워즈 수상 기념 격려금 500만 원+주식 30주 △현장 안전문화 구축 격려금 230만 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이 담겼다.
쟁점이던 정년연장은 현재 시행 중인 계속고용제(정년 퇴직 후 1년+1년)를 유지하고, 향후 법 개정에 맞춰 노사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혼란스러웠던 통상임금 범위 문제는 임금체계개선 조정분, 연구능률향상비 등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합의안은 오는 15일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쳐지며, 가결 시 올해 임단협은 마무리된다.
반면 그룹 계열사들의 노사 갈등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기아 노사는 지난 3일 4차 본교섭을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약 3조8000억 원) △통상임금 특별위로금 2000만 원 △정년 64세 연장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 9일 교섭 결렬 이후 부분 파업에 돌입해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을 주장한다. 사측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400%+1500만 원+주식 17주를 제시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대트랜시스 성연공장도 4차 교섭이 결렬됐고, 자회사 트라닉스 노조는 특근 거부와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조선업계 역시 희비가 엇갈린다. 한화오션은 지난 7월 기본급 12만3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과 일시금 520만 원 지급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통과시키며 가장 먼저 임협을 타결했다.
삼성중공업도 전날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에서 50.5%의 찬성률로 합의안을 가결했다. 합의안에는 △평균 기본급 13만3196원 인상 △노사화합 격려금 500만원 △복지포인트 100만원(10만 원 인상) 등이 포함됐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이날 8시간 파업에 돌입했고, 전날에는 백호선 노조 지부장이 울산조선소 내 40m 높이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정년 65세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근속수당 인상 등 15개 항목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미포·HD현대삼호 노조도 부분 파업에 동참했다.
오는 12일에는 HD현대 계열사 노조가 경기도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상경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을 때까지 전면 파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사업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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