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니시노미야 이보미 기자] ‘배구 레전드’ 김연경이 2025년 4월 현역 은퇴 후에도 쉴 틈이 없다.
김연경은 지난 7일 태국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섰다. 이탈리아가 튀르키예를 꺾고 챔피언에 등극한 가운데 김연경은 준우승팀 튀르키예 선수단에 메달을 건넸다. 튀르키예 주장이자 김연경의 절친인 에다 에르뎀에게 메달을 목에 걸어주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FIVB는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레전드’ 3명을 초청했다. 2012 런던올림픽 MVP를 거머쥐었던 김연경, 2020 도쿄올림픽 MVP 조던 라슨(미국), 태국 여자배구의 레전드 눗사라 톰콤이 세계선수권 시상에 나섰다. 김연경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태국 현지에서 폭발적인 배구 인기까지 확인하고 돌아왔다.
김연경은 시상식을 마친 뒤 바로 8일 일본으로 향했다. 흥국생명 어드바이저로서 팀 전지훈련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김연경은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시상을 하러 다녀왔다. 태국에 가서 세계선수권 준결승 두 경기, 동메달 결정전과 결승전까지 모두 보고 왔는데 배구 퀄리티가 달랐다. 파워, 스타일 등 국제배구 흐름이 또 달라진 것을 느꼈다. 재밌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이 세계선수권에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씁쓸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현재 세계랭킹 40위로 떨어진 반면 세계선수권 개최국 태국을 비롯해 세계랭킹 5위 일본, 6위 중국, 28위 베트남이 올해 세계선수권에 출격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까지 올랐던 한국은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등 베테랑들이 대거 은퇴한 이후 아시아권에서도 경쟁력을 잃었다.
김연경과 함께 FIVB 초청을 받은 라슨도 현역 은퇴를 한 상태다. 눗사라는 최근 3시즌을 미국에서 뛰었고, 새 시즌부터는 일본 SV.리그 퀸시즈 카리야 소속으로 코트에 오를 예정이다. 태국에 모인 레전드들은 앞으로의 미래, 또 배구 발전을 주제로 한 이야기도 길게 나눴다.
김연경은 “태국 선수들과도 식사를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현역 은퇴 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또 각 나라의 유소년 시스템은 어떤지 등 발전적인 얘기를 많이 했다. 태국은 배구를 전략 종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소년 클럽팀들을 초대한 캠프를 열어서 유소년 선수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더라. 체계적이고 또 계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도 변화가 생겼다. 2024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계약 종료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대한배구협회는 올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최하위로 퇴출까지 당하면서 또 다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경쟁력을 높여서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배구 인기도 회복할 수 있다. 김연경은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연령별 대표팀 감독의 전임제가 도입돼야 한다. 시니어 대표팀 감독의 총괄 하에 연령별 대표팀이 그대로 같은 시스템 속에서 훈련을 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갑자기 시니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더라도 빠르게 적응하면서 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미 일본, 태국, 이탈리아도 다 그렇게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단발성으로 운영되고 있다. 선수 풀이 부족하다는 건 다 안다. 있는 자원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도 잊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세계 배구 흐름을 알고 있는 분이 오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다음 올림픽까지 3년이 남았다. 그 때까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V-리그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연경은 “자유계약 전환은 좋다. 다만 외국인 선수 수를 늘리면 더 좋을 것 같다.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팀에 필요한 선수들을 자유롭게 데려오는 것이다. 일본 리그도 외국인 선수 수를 확대하지 않았나. 일본 역시 수준 높은 배구를 리그에서 보여주고, 자국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면서 “V-리그도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와서 리그 전체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미 세계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의 볼 파워, 스피드, 높이는 엄청나다. V-리그에서도 그런 배구를 해야 한다. 동시에 올해 단양대회처럼 2부리그 성격의 대회를 더 개최해서 국내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게끔 만들면 선순환 구조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었다.
올해 김연경은 감독 역할도 맡기도 했다. ‘신인감독 김연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필승 원더독스’라는 팀의 사령탑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오는 9월 28일 첫 방송된다.
뿐만 아니다. KYK 재단 이사장의 업무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전국 16개 중학교 배구 꿈나무들의 최강전이 펼쳐진다. 김연경은 “재단에서 유소년 최강전을 개최한다. 여자 중학교 8개팀, 남자 중학교 8개팀이 참가하는 대회다. 매년 개최를 계획 중이다. 장학생들도 더 많이 뽑으려고 한다”고 했다.
FIVB와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김연경은 “10월에는 비욘드 더 코트라는 FIVB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지원자가 꽤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운이 좋았다. 은퇴한 선수들의 진로에 대한 강의를 들을 것 같다.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현역 은퇴 후에도 여전히 종횡무진 움직이고 있는 김연경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배구 인생 2막을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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