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쓴 법정물, 의사가 쓴 메디컬물…작가도 전문직 시대 [MD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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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변호사가 작가로 참여한 '서초동'과 '에스콰이어' / tvN, JTBC 제공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최근 드라마계에 흥미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닌 변호사, 의사 등 현직 전문직 종사자들이 직접 대본을 쓰며 작가로 데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의 생생한 디테일과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기존 법정물·의학물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깊이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굿파트너'. 이 작품은 실제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 작가가 집필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툰 '메리지레드'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뒤, 법정에서 마주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 대본을 완성했다. 실제 현직 변호사의 디테일이 반영된 덕에 작품은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tvN '서초동'과 JTBC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 역시 현직 변호사들이 집필한 작품이다. 두 드라마 모두 지나치게 극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전개 대신, 법률가들의 일상적 갈등과 자본 논리 속 고민을 생생히 담아내며 호평을 얻고 있다. 단순히 ‘정의의 사도’나 ‘빌런의 대변인’으로 그려진 기존 법정물의 변호사상에서 벗어나, 샐러리맨에 가까운 현실적 변호사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점이 특징이다.

의학계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실제 의사 이낙준이 ‘한산이가’라는 필명으로 연재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의사가 직접 집필한 원작에서 출발한 만큼, 의료 현장의 디테일과 긴박감이 드라마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의료진의 고충과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며, ‘의학적 리얼리티’와 드라마적 긴장감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직 출신 작가들이 집필한 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은 당연히 현장 경험에서 비롯된 리얼리티와 전문성이다. 이는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시청자에게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진다. 예컨대 변호사 출신 작가들의 법정 드라마에서는 실제 사건에서 비롯된 복잡한 문제나 사회적 부조리가 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의사 출신 작가들의 메디컬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생사의 순간에 놓인 의료진의 갈등을 더욱 생생하게 담아낸다.

전문직 작가들의 활약은 기자, 프로파일러 등 다양한 직종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 집필에 나서는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드라마 작가는 더 이상 전업 작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법정을 뛰던 변호사, 수술실을 지키던 의사들이 새로운 ‘스토리텔러’로 떠오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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