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 얘기를 할 때는 아니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2위를 달리는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에게 순위싸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그 얘기를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지금 얘기할 때는 아니다”라고 했다.

엄청난 반응 속도였다. 마치 미리 관련 질문이 나올 것에 대비를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화의 순위다툼은 결국 1위 LG 트윈스 추격에 대한 얘기다. 당연히 김경문 감독은 개인적인 견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늘 자신의 한 마디가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입을 여는, 매우 진중한 지도자다.
근래 김경문 감독의 코멘트들을 종합하면, 한화는 5.5경기 앞서간 LG를 무리하게 추격하고자 그동안 안 했던 어떤 수를 둘 생각이 없다. 20년 넘게 감독 생활을 하면서 일종의 ‘승부수’가 팀에 미치는 부작용을 경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저 눈 앞의 승부에 최선을 다하면서, 선수들의 건강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자연스럽게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고자 하는 게 김경문 감독의 생각이다. 채은성과 루이스 리베라토가 6~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는 돌아올 수 있다. 엄상백, 안치홍, 강재민 등 확대엔트리에 맞춰 1군에 올라온 선수들의 경기력, 쓰임새 점검도 필요하다.
사실 그 누구보다 김경문 감독이 1위, 우승에 목 마른 지도자다. 김경문 감독은 2004년 두산 베어스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뒤 단 한 번도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경험이 없다. ‘무관의 명장’이다. 대신 2위, 준우승은 숱하게 해봤다.
김경문 감독의 2위 역사는 감독 부임 2년차인 2005년에 처음으로 시작했다. 당시 두산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으나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우승 제물이 됐다. 1경기도 못 따내고 4패로 물러났다.
이후 2007~2008년엔 SK 와이번스 왕조의 희생양이 됐다. 두산을 2년 연속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고, 한국시리즈서도 2년 연속 SK에 무너졌다. 2007년엔 2승 후 4연패, 2008년엔 1승 후 4연패했다. 감독 부임 5년만에 통합 준우승만 세 차례 기록했다.
김경문 감독은 NC 다이노스에서도 1위의 한을 풀지 못했다. 신생팀을 1군 데뷔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렸고, 2015년에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친정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서 패퇴했다. 2016년엔 NC를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렸으나 역시 두산에 의해 통합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1경기도 못 따냈다.
김경문 감독은 2018시즌 도중 NC에서 나왔다. 작년 6월에 6년만에 KBO리그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국가대표팀에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9년 프리미어12 준우승, 2021년 도쿄올림픽 4위 등 영광과 좌절을 모두 맛봤지만, KBO리그에선 정규시즌 2위 5번, 한국시리즈 준우승 4번이 최고 성적이다.
KBO리그 정규시즌 1010승을 자랑하는 김경문 감독의 마지막 꿈이 1위다. 정규시즌 우승도 우승이지만,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이 최후의 목표다. 만년 하위권의 한화를 부임 2년만에 다시 2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만큼은 확실하는 걸 다시 증명한 2025시즌이다.
한화는 72승51패3무다. 너무너무 잘 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보다 LG가 더 잘할 뿐이다. LG는 후반기에 미친 질주를 이어간다. 염경엽 감독의 말대로 후유증 없이 꾸준히, 계속 달린다. 4일 경기가 없던 한화는, LG의 수원 KT 위즈전 역전승을 바라보며 다시 5.5경기 차로 벌어진 현주소를 확인했다.

한화의 잔여경기는 18경기다. 현실적으로 5.5경기를 뒤집는 건 어렵다. LG의 2년만의 정규시즌 우승 탈환 매직넘버는 13. 그러나 한화도 올해 잘하고 있고, 어차피 최후의 승부는 한국시리즈다. 김경문 감독의 시선은 이미 10월로 넘어가 있다. 10월에 웃으면 김경문 감독의 21년간의 한도 풀린다. 김경문 감독도 한화도 그날을 위해 덤덤히 그리고 묵묵히 하루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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