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이 상대, 대타였는데" 7년 전 그랜드슬램도 또렷…2621일 만의 한 방! 황재균이 만든 5위 수성 [MD잠실]

마이데일리
KT 위즈 황재균./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10개? 칠 수 있을까요?"

KT 위즈 황재균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 3루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최근 두 시리즈 연속 루징을 당했고, 반대로 두산은 파죽의 7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재균이 KT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황재균은 2-0으로 앞선 2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두산 선발 최민석을 상대로 삼진을 당하며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3-5로 역전을 당한 3회초 2사 1루에서도 최민석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안현민과 강백호가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최민석을 끌어내리고, 장성우가 볼넷을 얻어내면서 만들어진 2사 만루 찬스가 황재균 앞에 마련됐다. 여기서 황재균이 두산의 바뀐 투수 최원준을 상대로 2구째 135km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 타구는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황재균의 타구가 워낙 휘어졌던 만큼 파울이 될 수도 있었던 타구. 그런데 마지막에 이 타구가 파울 라인 바깥쪽으로 더이상 휘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간 결과 2018년 6월 19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무려 2621일 만의 그랜드슬램으로 이어졌다. 황재균의 올 시즌 5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9번째 만루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KT는 빼앗겼던 주도권을 손에 쥐었다.

다만 KT 마운드는 황재균이 안긴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는데, 황재균이 네 번째 타석에서 다시 힘을 냈다. 7-8로 근소하게 뒤진 8회말 무사 1루에서 두산 박치국을 상대로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쳐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KT는 황재균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김민혁이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폭발시키는 등 8회초에만 무려 6점을 쓸어담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KT 위즈 황재균./마이데일리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5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 KT 황재균이 5회초 2사 만루서 만루홈런을 터뜨린 뒤 홈을 밟고 있다./마이데일리

이후 KT는 그대로 경기를 매듭지으며 13-8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함과 동시에 두산의 8연승을 저지했다. 그리고 이 승리로 KT는 5위 자리를 지켜냈고, 4위 롯데 자이언츠와 격차를 이제 1경기로 좁혀내는데 성공했다. 이강철 감독도 "5회초 황재균의 만루 홈런으로 역전할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황재균은 "만루 찬스가 오자마자 '무조건 세게 친다'는 생각을 가졌다. 진짜 멀리 치려고 스윙을 했는데, 마침 실투가 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처음에 맞았을 때 '들어갔다'고 봤는데, 타구가 점점점 휘어나가더라. 그래서 파울이 될 줄 알았는데, 홈런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황재균의 가장 최근 만루홈런은 2018년 6월 19일. 당시 롯데의 선발이었던 김원중을 상대로 일격을 가했다. 황재균은 이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7년 전 만루홈런이 기억나느냐'는 질문에 "대타로 나와서 (김)원중이를 상대로 쳤던 것 같다"며 "예전에는 잘 나왔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만루홈런을 친 것 같다. 하지만 10개는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통 역전 만루홈런을 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음이닝 초구에 바로 홈런을 맞고, 동점이 되더라. 그래도 (김)민혁이가 좋은 안타를 치면서 분위기가 확 넘어왔다. 경기가 안 풀릴 때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 풀린다. 오늘도 스티븐슨이 공을 놓치면서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다 같이 좋은 경기를 해줘서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KT 위즈 황재균./마이데일리

타격감이 한창 좋을 때였던 5월 하순 햄스트링 부상을 겪었던 황재균은 7월 복귀 이후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8월부터는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한 번 다쳤다 보니 불안한 느낌은 있어서, 조절을 하면서 뛰고 있지만, 요즘 공도 잘 보이고, 치면 중심에도 맞는다. 매 경기 안타도 꼬박꼬박 치고 있는데, 좋은 결과로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KT는 항상 시즌 초반에 고전하다가, 무더위가 시작된 후부터 성적을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 하지만 올해 흐름은 조금 다르다. 5위에 랭크돼 있지만, KT는 예년과 달리 순위를 빠르게 끌어올리진 못하고 있다. 황재균은 "경기가 잘 안 풀릴 때가 많은 것 같다. 선수들도 우리가 여름에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원중이 상대, 대타였는데" 7년 전 그랜드슬램도 또렷…2621일 만의 한 방! 황재균이 만든 5위 수성 [MD잠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