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5명의 선발 투수들 중에서 8월 가장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치고 있었던 나균안을 믿었으면 어땠을까. 모든 것은 결과론이지만, 벤치에서 띄운 승부수가 결국 패착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는 22년 만의 10연패, 4위 추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롯데 자이언츠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3-5로 패했다.
최악의 흐름에 빠져 있는 롯데는 지난 19일 LG와 3연전의 첫 경기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2005년 이후 무려 20년 만의 9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때 1~2위를 위협하던 롯데는 어느새 4~7위 팀들에게 턱 밑까지 추격을 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연패를 끊어내고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이날 롯데는 경기 초반을 매우 잘 풀어나갔다. 2회말 선발 나균안이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안타와 실책이 겹치면서 만들어진 1사 3루에서 박해민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2실점을 기록했으나, 롯데 타선이 3회초 공격에서 3점을 뽑아내며 경기의 주도권을 손에 쥐었다. 이에 나균안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3회말 오스틴 딘에게 볼넷을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문보경-김현수-오지환으로 이어지는 LG의 중심 타자들을 완벽하게 묶어냈다. 그리고 4회말에는 구본혁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이주헌을 삼진, 박해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첫 삼자범퇴를 마크했고, 5회말에는 신민재-천성호-오스틴으로 연결되는 상위 타선까지 철저하게 봉쇄했다.
그리고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나균안은 6회에도 모습을 든러냈고, 문보경과 김현수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런데 이후 너무나도 아쉬운 판단이 나왔다. 나균안은 앞서 홈런을 맞았던 오지환을 상대로 신중한 승부를 펼치다가 볼넷을 내줬는데, 여기서 롯데 벤치가 나균안을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운 것이었다.


투구수가 84구에 불과했던 만큼 나균안은 주형광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자,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균안은 올해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않고 있으나, 8월 3경기에 등판해 두 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다. 월간 평균자책점 또한 2.55에 불과했다. 범위를 7월까지 확장해도, 나균안은 7월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 2회를 기록하는 등 평균자책점 3.42로 그 어떤 롯데 선발진보다 안정감이 뛰어났다.
하지만 너무 연패가 길어지고 있었던 탓일까.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내게 되자, 롯데 벤치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나균안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마운드를 정철원이 이어받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패착이 됐다. 정철원은 오지환에게 도루를 허용하며 득점권 찬스에 주자를 보내게 됐고, 구본혁에게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맞으면서, 경기가 3-3 동점이 된 것.
그래도 정철원이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지만, 2회 이후 단 한 점도 허락하지 않고 무실점을 이어가던 나균안을 교체한 것은 분명 아쉬움이 크게 남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동점과 함께 분위기까지 내주게 된 롯데는 결국 다음 이닝에 역전까지 당했다. 정철원이 신민재-천성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 3루에 몰렸고, 바뀐 투수 최준용이 오스틴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3-4 다시 리드를 헌납했다.
결국 롯데는 다시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 오히려 8회말 수비에서 박동원에게 쐐기 적시타를 맞으면서 3-5까지 간격이 벌어졌고, 9회초 마지막 찬스에서도 결정적인 한 방은 터지지 않으면서, 2003년 이후 22년 만에 10연패에 빠짐과 동시에 SSG 랜더스에게 3위 자리를 내준 채 4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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