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개막전 부상이 시작? KIA 어디서부터 꼬였나…그렇게 2010·2018 피하려고 했는데, 야구는 잔인하다

마이데일리
김도영/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김도영의 개막전 왼쪽 햄스트링 부상이 시작이었나.

KIA 타이거즈는 2024시즌을 통합우승으로 마친 뒤 ‘왕조’에 ‘ㅇ’도 언급하지 않았다. 통합우승에 자신감이 최고조로 오른 일부 젊은 선수들이야 ‘내년에도 우승’을 외쳤지만, 구단과 베테랑들은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해봐서 잘 알고 있었다.

이범호 감독/KIA 타이거즈

KIA가 해태 시절과 달리 그걸 증명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2009년과 2017년 통합우승 이후, 2010년엔 5위로 포스트시즌에 못 나갔다. 2018년엔 5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했으나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허무하게 패배하면서 그대로 시즌을 접었다.

이유야 다양했지만, 팀이 처질 수 있는 최악의 가능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2010년엔 16연패가 치명적이었다. 2018년의 경우 2017년에 맹활약한 베테랑 타자들의 생산력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팀 전력도 약화했다. 그러나 신진세력을 주요 전력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2011~2015년 삼성 라이온즈의 페넌트레이스 5연패, 2018~2019년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연패 이후 페넌트레이스도, 한국시리즈도 연속 우승한 팀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근래 페넌트레이스든 한국시리즈든 1위, 우승을 찍으면 내리막을 어느 정도 탔다는 얘기다.

KIA의 경우 문제는 2010년과 2018년을 시작으로 팀이 몇 년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실제 KIA는 2009년 통합우승 후 2017년 통합우승을 다시 하기 전까지 2011년, 2016년에만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2017년 통합우승 이후에도 2018년과 2022년에 가을야구 맛만 본 뒤 2024년에 다시 통합우승했다.

즉, KIA는 그동안 지속 가능한 강팀은 아니었다. 만약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 이 평가를 또 한번 반복해서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베테랑 포수 김태군도 올해 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승하고 다음해에 성적이 많이 떨어지면 진짜 강팀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KIA의 올 시즌 준비는 예년과 달랐다. 우승 후 지키는 게 당연히 어렵고, 과거의 전적을 알기에 더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FA 장현식을 놓치자 조상우 트레이드를 단행한 게 대표적이다. 경쟁균형세 압박 때문에 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긴 어려웠다. 대신 주축 투수들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트레드 어슬레틱 베이스볼센터에 파견하는 것, 호주프로야구와의 교류를 이어가는 것 등이 대표적이었다. 심재학 단장은 작년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에 장기적으로 함평 KIA챌린저스필드의 대대적 업그레이드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또 위기다. 아슬아슬하게 5위를 지키지만, 현실적으로 정규시즌 순위가 극적으로 많이 오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정규시즌 2연패는 물 건너갔다. 포스트시즌 무대 자체를 밟는 게 현실적 목표다. 시즌 전에는 말을 안 해도 통합 2연패를 가슴에 새겼지만, 이젠 최악을 면하는 게 과제다. 이 자체가 슬픈 현실이다.

개막전서 김도영이 다치면서 선수단 분위기, 사기가 확연히 꺾였다. 이후 곽도규의 시즌아웃을 비롯해 4월부터 부상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나성범과 김선빈은 장기 재활의 길로 들어서면서 전반기 팀 기여도가 낮았다. 5월 황동하의 황당 부상과 최근 윤영철의 시즌 아웃도 컸다. 작년보다 부진한 선수도 적지 않다.

특히 불펜의 운용폭이 작년보다 확연히 줄어들면서, 총력전을 펼치고도 지는 경기가 많이 나왔다. 타선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서 정해영, 전상현, 조상우의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맞춰 한재승과 김시훈, 정현창으로 빅딜까지 성사했지만, 결국 전반기에 단추를 잘못 끼운 부작용, 후폭풍이 지금 어느 정도 드러난다고 봐야 한다.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5 프로야구 KBO리그' KIA-LG의 경기. 기아 심재학 단장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친 고종욱과 포옹을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KIA가 지금부터 대반전의 레이스를 펼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통합 2연패 가능성은 많이 희박해졌다. 5위를 지키면 절반의 성공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데신 올 시즌이 끝나면 작년보다 성적이 떨이진 원인을 분석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LG 트윈스처럼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다시 그릴 필요가 있다. 통합 2연패를 노리던 KIA가 5강 싸움을 펼치는 것 자체가 서글픈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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