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보미 기자]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진주에서 2025년 일정을 모두 마쳤다.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로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 17일 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 코리아인비테이셔널 진주 국제여자배구대회 최종전에서 체코에 0-3으로 패했다. 한일전에서 1승을 거둔 한국은 1승4패로 대회를 마쳤다. 아쉬움이 짙은 2025년이었다.
앞서 한국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최하위 18위를 기록하면서 출전권을 잃었다. 한국 대신 세계랭킹 16위 우크라이나가 내년 VNL 무대에 오른다.
올해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이 부상을 당하면서 공백이 생겼고, 육서영과 정윤주, 박은서 등이 투입돼 코트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육서영은 대표팀에서 첫 주전 역할을 맡았고, 정윤주와 박은서는 아직 대표팀이 낯선 새내기다. 팀 완성도를 끌어 올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진주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모랄레스 감독은 선수들과의 미팅을 통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보여준 노려고가 열정, 존경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선수들과 지난 2년간 함께 하면서 후회가 남는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우리가 준비돼있지 않아서가 아니다”면서 “VNL 1~3주차를 치르면서도 매일 성장했다. 내년에는 아시아 대회에서 랭킹 포인트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더 집중해서 2027 세계선수권에 나가자고 했고, 성장했으니 후퇴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모랄레스 감독과 인터뷰실을 찾은 세터 김다은은 “미팅 때 감독님만 말을 하셨는데, 이 자리를 빌려 얘기를 하자면 감독님을 만나서 많이 배우고 있고 여러 가지로 더 넓게 생각할 수 있었다. 같이 보낸 시간 동안 선수들과 감독님간의 신뢰도 많이 쌓였다. 모든 선수들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대회 인터뷰는 보통 선수 인터뷰를 먼저 진행한 뒤 감독 인터뷰가 이어진다. 이날 김다인은 본인의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모랄레스 감독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2024년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대한배구협회는 모랄레스 감독과 ‘2+1’ 계약을 맺었고, 이제 1년 연장을 결정해야 할 시기다. 대한배구협회는 내부 평가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모랄레스 감독은 정지윤의 부상 복귀, 그리고 아포짓 문지윤과 이선우의 성장에 기대를 하고 있다. 2024년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던 정지윤, 더군다나 후위공격 비중도 높았던 그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년 사이에는 아포짓 문지윤도 주전 자리를 꿰찰 정도로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모랄레스 감독은 후위공격 시도와 그 비중에 대해 “VNL 시작 전부터 비중 있게 시작한 훈련이 후위공격이다. 훈련 중에 후위에서 포인트를 내면 2점을 주는 등 여러 훈련을 가져갔다. 경기에 따라 편차가 있었던 것 같은데 새롭게 대표팀에 들어온 선수들, 정지윤까지 들어온다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플레이가 나올 것이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VNL 잔류에는 실패했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2026년이 더 중요한 이유다. 한국은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4강 진출 이후 4년 만에 세계랭킹 39위로 떨어졌다. 이제 내년에 있을 아시아 대회에서 최대한 승수를 쌓아서 랭킹 포인트를 끌어 올려야 한다. 이후 2027년 세계선수권에 참가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는 22일 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는 2023년 아시아선수권 성적에 따라 출전권이 주어졌다. 당시 한국은 6위로 대회를 마친 가운데 우승팀 태국, 2위 중국, 3위 일본이 세계선수권 참가 자격을 얻었다. 이후 태국이 대회 개최국으로 선정되면서 자동으로 참가 자격을 얻었고, 4위 베트남이 추가로 세계선수권에 합류하게 됐다. 베트남은 사상 첫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는다.
더군다나 올해 세계선수권부터 참가팀이 24개에서 32개로 확대됐다. 대륙별 대회에서 먼저 참가 자격을 부여하고, 남은 자리에는 세계랭킹이 높은 순으로 참가팀이 정해진다. 덕분에 한국 남자배구대표팀도 11년 만에 세계선수권에 참가하게 됐다.

내년 아시아 대회도 즐비하다. 먼저 동아시아선수권도 그동안 실업팀들이 대신 참가하는 대회였다. 다른 대회와 비교해 비중은 낮지만 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대회인 만큼 한국 남자배구는 올해 동아시아선수권에 나선다.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장자강에서 대회가 열린다. 한국 여자배구도 내년 동아시아선수권에 출격한다. AVC 네이션스컵과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까지 예정돼있다.
김다인은 “세계랭킹 32위 안에 들면 세계선수권에 갈 수도 있다고 들었다. 감독님께 배운 부분도 많으니 시즌 때도 잊지 말고 이 부분을 잘 활용해서 계속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랭킹 포인트를 확실하게 챙겨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모랄레스 감독은 “먼저 아시아선수권 대회 메달 획득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트남을 잡아야 하는데, 어찌됐든 세계선수권 참가를 위해서라도 순위 도약이 필요하다. 결과까지 가져오는 2026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대표팀의 희망찬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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