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나도 신기하다"
두산 베어스 김인태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 대타로 출전해 1타수 1안타 2타점으로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이날 경기는 끝날 때까지 승부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었다. 두산은 1회말 정수빈의 3루타 이후 오명진의 땅볼 타점, 4회말 제이크 케이브의 적시타를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그런데 7회 바뀐 투수 최원준이 오선우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한 점을 내주더니, 9회초 마무리 김택연이 패트릭 위즈덤에게 동점 솔로홈런, 바뀐 투수 이교훈이 김태군에게 역전 적시타를 내주면서, 경기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가 단 2개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여기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두산의 집념이 빛을 발했다.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기연이 KIA 마무리 정해영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더니, 후속타자 케이브가 볼넷으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예비역' 안재석까지 안타를 쳐 1사 만루의 기회가 찾아왔다.
KIA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해영을 강판시키고 조상우를 투입했고, 두산은 강승호를 대신해 김인태를 대타로 내세웠다. 이 승부에서 미소를 지은 쪽은 두산이었다. 조상우의 초구 147km 투심을 지켜본 김인태는 2구째 같은 공이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 결과 김인태가 친 타구가 우익 선상을 타고 흐르는 2타점 끝내기 안타가 되면서, 두산은 KIA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김인태의 끝내기 안타는 시즌 21호, 통산 1343호, 개인 첫 번째였으며, 대타 끝내기 안타는 시즌 첫 번째, 역대 91번째 기록으로 연결됐다. 경기가 끝난 뒤 두산 선수단은 김인태의 방송사-구장 인터뷰가 종료되기만을 기다리다가, 물폭탄을 끼얹으며 기쁜 마음을 함께 나눴다.


취재진과 만난 김인태는 '정신없었던 9회였던 것 같다'는 말에 "정신이 없었습니다"라며 "(김)택연이를 믿고 있었는데, 홈런을 맞을 줄 몰랐다. 홈런으로 동점이 되자마자, 뒤에 대타로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뒤로 갈수록 KIA의 좋은 투수들이 나오기 때문에 빠른 볼을 먼저 생각했다. 때마침 초구가 볼이 되면서, 조금 더 자신 있게 빠른 볼을 노렸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타구가 파울 라인으로 향할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마운드에 있는 선수를 상대로도 준비를 하는 편이지만, 나는 불펜에 누가 있는지도 확인을 하는 편이다. 마운드를 두 번째 방문하면 무조건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처음에 치자마자 타구가 많이 안 휘길래 '들어가겠다' 싶었는데, 마침 공이 (파울 라인 안쪽으로) 들어가서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김인태는 '오재원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힘듦을 겪었지만, 올해는 '특급대타'로 활약 중이다. 1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김인태의 시즌 대타 타율은 14안타 1홈런 10타점 타율 0.400을 기록할 정도로 적중률이 높다. 이에 김인태는 "나도 신기하다. 준비는 똑같이 하는데, 뒤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작년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공백기가 있었기에 알게 모르게 더 많은 노력을 했다. '시즌 초반부터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많다. 하지만 그게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겪으면서, 아직까지 9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산. 하지만 최근 경기력을 본다면, 두산은 결코 하위권에 있을 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가, 타이트한 경기도 잡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인태는 "원래 뒷심이 강했고, 정말 좋은 팀이었다. 아쉽게 순위가 처져 있지만, 이런 모습이 계속 나온다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며 "감독님도, 모든 코칭스태프도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나가고 있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가 잘 풀리는 것을 우리도 느끼고 있다. (강)승호, (박)계범이와 내가 중간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감독님도 계속 주문을 하시는데, 그게 우리가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되면서 시너지가 더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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