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북극’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지역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녹고 북극곰이 고통받는 영상을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런데 북극이 기후변화에 버틸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극지연구소(KOPRI)는 북극에서 지구 스스로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자연적 조절 메커니즘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북극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중위도보다 3~4배 강하다고 알려졌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바다를 덮고 있는 해빙이 줄고, 식물성 플랑크톤 등 미세조류의 생장은 촉진된다. 이 영향으로 대기 중 미세입자 생성이 활발해진다. 이 경우 미세입자는 태양 에너지를 산란시키거나 반사하는 구름 형성을 유도해 지표 온도를 낮추는 ‘기후 냉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 장은호·윤영준 박사 연구팀은 북극 다산과학기지 인근 제플린 관측소에서 2010년부터 약 10년간 축적된 DMS, 미세입자 관측 자료와 위성 기반의 식물플랑크톤·해빙 자료 등을 종합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한림대학교 박기태 교수, 포항공과대학 이기택 교수 연구팀, 스페인 국립과학위원회,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이탈리아 피렌체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진행했다.

DMS(dimethyl sulfide, 디메틸황)는 북극 미세조류가 내뱉는 황 성분의 기체다. 형성된 지 1년 미만의 해빙인 일년빙에서 주로 방출되는 할로겐 산화제와 반응해 미세입자 생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관측 결과, DMS가 대기 중 미세입자로 전환되는 효율은 봄철, 일년빙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최근 북극 온난화로 일년빙 비중과 미세조류 생물량이 동시에 증가함에 따라 미세입자 형성도 활발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결과 ‘기후 냉각 효과’가 강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해양 미세조류에서 기원한 DMS가 대기 중 미세입자로 전환되는 전 과정을 입증한 사례다. 기후변화가 오히려 자연 유래 기후냉각 물질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과학적 시각을 제시한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는 북극이 기후변화의 피해지역이지만,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구의 회복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지속적인 현장 관측과 연구를 통해 지구 기후 시스템의 복잡한 변화를 과학적으로 해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인바이론멘탈 리서치(Environmental Research)’에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해양·극지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 ‘북극권 대기-동토-피오르드연안 대상 빅데이터 기반 기후환경변화 대응 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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