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78] 우리 집 안전지킴이

마이데일리

[교사 김혜인] 아이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감자”를 반복해 말했다. 뭘까 하고 관찰하니 콘센트를 쳐다보며 하는 말이다. ‘감전’을 잘못 들은 모양이다. 어느 날부터는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만 보면 아이가 “어린이 보호, 멈춰!”라고 말한다.

이런 행동은 어린이집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효과인 듯하다.

작년에는 몇 달 동안 아이 앞에서 가스레인지를 켜지 못했다. 하도 자지러지게 울며 매달려서 간단한 요리도 하지 못했다. 치료사는 안전교육이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문의하자 선생님은 아이가 교육 영상을 보지 않고 내내 돌아다니기만 한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아이는 안 보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다 보고 있고, 안 듣는 것처럼 보여도 다 듣는다. 분명 안전교육과 연관이 있겠다.

어린이집에서 실시하는 안전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그간 아이 행동을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

작년 겨울 일이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아이와 외출했다. 외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용무를 본 사이 눈이 많이 내려서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쌓였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어머님이 아이보다 먼저 뒷좌석에 탑승하자 아이가 난동을 부렸다. 결국 어머님은 차에서 다시 내려 눈길에 서서 아이가 카시트에 앉아 벨트를 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어머님은 손주의 유난스러운 행동을 이해하셨지만, 나는 속으로 ‘얘는 또 왜 이러는 걸까.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네’ 하고 한탄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얼마 전에 알려주셨다. 차를 탈 때 안전교육도 있단다. 반드시 아이가 먼저 탄 뒤 어른이 타야 한다고 배운다고. 돌아보니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차에 타는 순서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관련된 내용으로 안전교육을 받아서였나 보다.

나는 그 모든 걸 문제 행동으로 치부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가스레인지로 요리하고, 차에 탈 때는 일부러 다른 동행자를 아이보다 먼저 태우는 식으로 말이다.

아이가 말로 표현하는 게 유창했다면, “엄마, 가스레인지는 위험해” “내가 먼저 차에 타고 어른이 타야지”하고 설명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어른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어 절박하게 온몸을 버둥대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가 좀 더 성장하자 가스레인지를 켜고 요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곧 식사 시간인 걸 알아차리고 식탁 의자에 앉는다. 차에 탈 때 다른 사람이 먼저 타겠다고 상황을 설명하면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아이가 그간 보인 모습은 문제 행동이 아니라 자라는 과정일 뿐이었다.

아이는 요즘 차에서 모두 벨트를 맸는지 돌아본다. 이제는 “엄마, 안전벨트 매”하고 말할 줄 안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까지 잘 확인하고는 자기도 편안히 등을 기댄다. 덕분에 뒷좌석에서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던 사람도 우리 차에서는 꼭 한다.

어린이집에서 실시하는 안전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아이를 보니 잘 배우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아이는 우리 집 안전지킴이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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