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수산업(Fishing)’은 농업과 함께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1차 산업이다. 전 세계 국가들은 식량, 영양 공급원으로 어업에 의존한다. 전 세계 인구의 30% 이상이 단백질의 공급원으로 수산물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3,800만 인구가 어업에 종사한다.
그런데 최근 수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기후변화, 해양오염, 남획 등 문제로 인해 어획량이 감소하면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총 84만1,000톤으로 최근 5년 평균 생산량 대비 9.1% 감소했다. 전년과 비교해선 11.6% 줄었다. 말 그대로 ‘어업의 위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하지만 수산업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정부 관계부처, 과학자들은 수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지속가능한 어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그 답을 찾을 열쇠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지속가능한 어업도 AI가 필수
‘지속가능한 어업(Sustainable fishing)’이란 현재 어업활동을 유지하되, 해양 생태계 유지를 위한 새로운 어업 방식을 의미한다. 어획량 조절, 어종 보호, 어획 구역 및 시기 제한 등 여러 환경·과학적 요소를 고려해 수산 자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든 방법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남획(濫獲, Overfishing)’을 막는 것이다. 남획은 어류, 갑각류 등 수산 자원의 재생산 능력을 초과한 어획이다. 말 그대로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 씨가 마르게 하는 것이 남획이다. 2025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어종의 35.5%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어획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어민들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어민들은 생계를 위해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이때 대형 그물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물고기가 그물에 잡힐지, 또 얼마나 잡힐지를 어민들 스스로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의도를 가진 불법 남획의 단속은 필요하지만 이를 정확히 규정할 기준이 필요하다.

국제비영리기구 ‘해양관리협의회(MSC)’는 “전 세계 과학자들은 미래의 수산자원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얼마나 많은 수산물을 안전하게 어획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며 “어종의 크기, 산란시기 및 장소, 치어가 성어가 될 때까지 생존할 가능성에 대한 데이터 수집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남획을 막기 위해선 정확한 어종데이터 수집 및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최근 AI기반 ‘스마트 어업’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AI의 뛰어난 데이터 분석 능력으로 어획이 가능·불가능한 어종의 분류, 어획량, 어종 개체수 변동 등의 예측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실제로 관련 기술 시장 규모는 매해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스페리컬 인사이트(Spherical insights)’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어업 분야에서의 AI기술 시장은 규모는 2033년 16억6,280만달러(약 2조3,091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11.22% 수준이다.
스페리컬 인사이트는 “지속가능한 어업 및 양식업 분야의 AI기술은 어업 폐기물 감소와 남획 규제, 어업 및 양식업의 지속가능한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며 “어업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이니셔티브”라고 밝혔다.

◇ 바다 위의 감시자 ‘AI’, 불법남획 막는다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기업 및 연구기관들의 기술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산업 시장 규모를 가진 미국의 경우 지난해부터 AI기반 어업 현장 조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연방해양대기청(NOAA) 수산부’가 지난해 발표한 광학전략이니셔티브(OSI) 실무 그룹 정보 요청(RFI)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현재 어업 현장 조사에 필요한 AI기술 및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NOAA 수산부는 어획 조사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에 연구선, 어선, 비행기, 자율주행선박 등을 활용한다. 하지만 수집한 데이터, 이미지 분석은 사람 연구원이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시간 소모, 비효율이 커지자 강력한 AI모델을 새롭게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NOAA 수산부는 최근 관련 기술 도입을 위한 입찰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규모는 25만달러에서 50만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계약 관련 기술은 온디바이스 AI기반 무인시스템, 해양 광학 탐사 및 분석용 AI시스템, 저가형 하드웨어 등의 기술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 역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불법어업 근절과 수산자원에 대한 과학적 자료 수집을 위해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K-EM(전자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해당 시스템은 해양수산부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종합금융지원방안’에서 선정된 ‘썬컴(Suncom)’에서 개발했다. 선박 내·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조업상황을 녹화한 후, AI로 이를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하면 불법어업 여부와 어획량·어종을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
시스템 개발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5척의 참치 원양어선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선박당 평균 2~3개월 동안 데이터를 수집했다.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반 EM시스템 개발은 지난해 완료됐다.
해양수산부 원양산업과에 따르면 관련 R&D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간 진행된다. 연승어선, 건착망선, 운반선 등 한국 내 모든 원양어선에 설치된다. 투입 예산은 약 23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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