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합병) 조건으로 정해진 항공권 운임 인상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21억원의 이행강제금(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잘못을 인정하면서 과징금과 별개로 31억원 규모의 소비자 보상안을 마련했다. 다만 소비자 보상 방식이 바우처와 항공권 할인쿠폰 제공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과징금을 내고 소비자들에게서 비용을 회수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승인 조건인 ‘좌석 평균운임 인상한도 초과 금지’ 조치는 2019년 대비 항공권 평균운임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양사 합병 이후 강화된 시장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장치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3개 노선과 국내선 1개 노선에서 항공권의 평균운임 인상 한도를 최대 28% 이상 초과해 소비자들에게서 부당 이득을 챙겼다. 노선별로 운임 초과 비율은 △인천∼바르셀로나 비즈니스 28.2% △인천∼프랑크푸르트 비즈니스 12.5% △인천∼로마 비즈니스 8.4% △인천∼로마 일반석 2.9% △광주∼제주 1.3% 등이다.
피해를 본 소비자는 약 2만명에 달하며, 아시아나항공이 부당하게 챙긴 요금은 6억8,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공정위의 이행 강제금과 별개로 부당하게 챙긴 비용의 약 5배 규모의 소비자 보상안을 들고 나왔다. 초과 운임을 받은 4개 노선 전체 승객에게 전자 바우처를 지급하고, 해당 국제노선에 대해서는 특가 판매를 진행한다. 바우처는 총 10억원, 특가 행사는 7억,7000만원 규모다. 또 전체 노선을 대상으로 왕복 2만원 할인쿠폰 5만장(약 10억원)을 배포하고, 인천∼런던·이스탄불 노선에 대해서도 3억8,000만원 규모의 할인 판매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비자 보상안의 규모는 총 31억5,000만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부당하게 챙긴 항공권 요금 6억8,000만원의 4.6배 수준이다.
그러나 ‘현금 보상’이 아닌 자사 바우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실제 보상을 받으려면 다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배를 불려주는 꼴이다. 현금 보상을 해주는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또는 외항사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바우처 지급의 경우 소비자들이 다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바우처나 항공권 할인쿠폰을 기한 내에 사용하지 못하면 보상은 무용지물이 된다.
다만 공정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측이 제시한 ‘자발적 소비자 보상’이라 바우처 지급 등에 대해서는 규제를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소비자 보상안과 이행강제금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소비자 보상안으로 e바우처 또는 할인쿠폰을 받은 소비자들은 향후 보다 저렴하게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데, 보상에 대해서는 소비자마다 생각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하며, 관련 처분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시정조치 해석과 실행 과정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현금 보상이 아닌 바우처 보상과 관련해서는 “이번 건은 특정 노선·기간 전체 승객이 지불한 ‘평균’ 운임이 시정조치에 ‘정해진 기준치를 초과했는가’에 관한 심사이며, 당사는 시정조치 기준 이상의 운임으로 판매한 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며 “본의 아니게 ‘기준치 이상의 매출을 올린’ 해당 노선의 탑승객에게 e바우처 등을 혜택으로 제공 드리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시정조치 준수기간인 10년(2024년 말∼2034년 말)간 시정조치의 이행을 보다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공정위 ‘아시아나항공의 시정조치 불이행 제재’ 보도자료 https://www.ftc.go.kr/www/selectBbsNttView.do?pageUnit=10&pageIndex=1&searchCnd=all&key=12&bordCd=3&searchCtgry=01,02&nttSn=46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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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8. 3 | 공정거래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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