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순한 외모 속에 뜨거운 열정이 숨어있다. '익산 카피바라' 윤상인(KT 위즈)의 이야기다.
2004년생인 윤상인은 서울도곡초-언북중-신일고-동원과학기술대를 졸업하고 2025 신인 드래프트 8라운드 79순위로 KT에 입단했다.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6월 5경기(2선발)에서 승패 없이 16이닝 4실점 2홀드 평균자책점 2.25를 적어냈다. 삼진 12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단 2개만 내줬다. 6월에만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0.71승으로 2025 메디힐 KBO 퓨처스리그의 6월 퓨처스 루키상 투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구단도 윤상인에 주목했다. 7월 14~20일 '빅또리 투어' 대상자로 윤상인을 선정한 것. 빅또리 투어는 퓨처스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위한 1군 경험을 제공하는 KT의 육성 프로그램이다.
KT 관계자는 "주무기인 투심을 보더라인 하단에 투구할 수 있을만큼 투구 로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라면서 "구속은 140km/h 초반이다. 빠른 공은 아니지만 우수한 구위로 경기를 운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훈련을 통해 신체 기능이 향상 된다면 구속과 구위 모두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윤상인은 "상을 받으려는 목적은 없었는데, 그냥 하다 보니 (수상) 소식을 듣게 되어 깜짝 놀랐다"라고 6월 MVP 수상 소감을 전했다.
윤상인의 별명은 카피바라다. 순한 외모에서 따왔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다른 사람이 된다. 윤상인은 "평상시에는 말도 별로 없고 조용하지만, 시합장은 전쟁터라고 생각한다"며 "마운드 위에서는 이기적이려 한다. 어차피 상대 타자를 죽여야 제가 살아남는다. 그런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던지는 구종은 투심, 슬러브, 체인지업이다. 투심 구속은 대학 시절 147km/h까지 찍었다고 한다. 현재 살이 10kg 가까이 빠져서 자연스럽게 소폭 감소했다. 체중을 다시 늘려 구속을 회복할 계획이다. 투심 다음으로 믿을 수 있는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슬러브는 슬라이더 그립을 잡고 던진다. 본인은 슬라이더로 생각하고 던지는데, 구속이 느리게 나와 '슬러브'로 표현한다고.
윤상인은 "몸쪽 하단을 보고 투심을 던진다. 그 효과로 빗맞은 타구가 많이 나와 성적이 좋게 나왔던 것 같다"라면서 "투심과 체인지업은 (우타자) 몸쪽으로 가는 계열이다 보니 슬러브를 보여주기 식으로, 이런(바깥쪽) 공간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계속 몸쪽으로 승부한다"고 피칭 패턴을 설명했다.
체인지업은 변화구가 아닌 '느린 직구'로 생각하고 던진다고. 윤상인은 "체인지업은 약지로 잡은 직구라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던진다. 팔 스윙은 똑같은데 구속이 8km/h 정도 차이가 나니까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체중이 빠지면서 직구 구속이 느려진데 비해 체인지업 구속은 크게 내려가지 않았다. 직구 타이밍에 걸리지는 않을까. 윤상인은 "구속이 비슷하다 보면 앞에 걸려서 장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구속을 낮추는 식으로 변형할 까 고민 중"이라면서 "아직 타이밍에 걸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높이면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수로서 롤모델은 고영표다. 퓨처스 6월 MVP에 뽑힌 뒤에도 고영표의 뒤를 잇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윤상인은 "이닝을 쉽게 끝내고 적은 투구 수로 이닝을 빠르게 소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 그래서 고영표 선배님을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하고 싶은 변화구는 커터다. 윤상인은 "코치님과 상의를 했다. 빠른 계열로 반대로 휘는 변화구가 있으면 타자를 상대하는 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커터를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아직 1군 마운드에는 오르지 못했다. 1군에 선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하고 있을까. 윤상인은 "빅또리 투어 시기가 한화전이었다. 한화 응원 소리가 정말 크더라. 제가 타자들을 다 범타 처리하면 갑자기 조용해질 것 아닌가. 그러면 재미있겠더라"라며 투쟁심을 보였다.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퓨처스리그에서 준비 잘 하겠다. 기회가 되면 1군 마운드에 올라서 준비 과정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준비를 잘하고 있겠다"고 힘차게 말했다.
'도서관'을 꿈꾸는 카피바라가 익산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윤상인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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