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찬바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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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국내 은행의 ATM 기계가 보이고 있다./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고공행진해온 금융지주 주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역대급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에도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금융주를 두고 여전히 저평가라고 판단하면서도 추가 상승에는 제약이 많다고 평가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9분 기준 KB금융지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06% 내린 10만6400원에 거래 중이다. 우리금융지주도 전일 대비 주가가 3.24% 내렸고 신한지주는 2.79% 낮아졌다. 하나금융지주도 2.69% 내렸다.

금융주는 전날에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전날 KB금융지주은 전거래일 대비 1.51% 내린 11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도 전일 대비 주가가 각각 1.31%, 1.2% 하락 마감했다. 하나금융지주도 0.58% 내렸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분리과세한다. 단 현금배당이 1년 전보다 줄지 않은 상장사 중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배당이 늘어난 곳에 한해서다. 배당소득에는 2000만원 이하 14%,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35%로 분리과세한다.

분리과세가 적용되면 세율은 낮아진다.현재 연간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에 합산돼 최고 45%(지방세 포함 시 49.5%)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기존 시장 예상치인 25%보다 10%나 올라간 올라간 35%(지방세 포함 시 38.5%)로 결정되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금융주는 지난 28일에도 민주당 내에서 ‘부자 감세’ 논란이 일면서 세제 개편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당시 하나금융지주는 9% 이상 급락했고 IM금융도 8.6%나 하락했다.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JB금융, BNK금융도 5% 내외씩 하락했다.

올 들어 금융주는 세제개편의 수혜주로 꼽히며 크게 올랐다. 상반기 실적도 모두 역대 최대치를 새로 쓰면서 주주환원도 더 높아졌다. 금융지주들은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기대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발표했다. 리딩금융인 KB금융의 올해 총 주주환원율은 50%에 달할 정도다. 다른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도 40%대 수준이다.

배당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올라갈 경우 기업들의 주주환원 의지가 줄어든단 점에서 악영향을 끼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세제가 바뀌더라도 세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으면 배당성향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갈수록 정도가 더해지고 있는 ‘관치금융’도 금융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권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권 협회장들을 불러 금융권의 100조원 펀드 참여, 소상공인 지원확대, 가계대출(주담대) 억제 등을 요구했다. 이에 투자자들의 금융주 경계 심리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금융주 주가가 조정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업황, 실적개선 대비 주가 상승의 속도가 다소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러나 여전히 해외 금융주와 비교할 때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저평가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압력과 가계대출 규제, 건전성 악화추세를 감안하면 핵심이익 둔화와 대손부담으로 이익성장 탄력이 강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우호적 규제스탠스 또한 부담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인 회복은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옥석 가리기’에 따라 추가적인 주가 상승 여부가 갈릴 거란 전망도 나왔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책 기대감으로 크게 올라갔으나 재료가 소멸된 데다 실망감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회복은 쉽지 않으나 추가적인 주가 상승은 주주환원이나 실적 등 기업의 펀더멘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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