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장사' 제동 걸리나]③ 벤처 투자확대 부작용 우려도 커져…전문가 “리스크 기업 선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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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예대마진에 의존한 수익 올리기에서 탈피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금융권에 주문한 가운데, 벤처·첨단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부실 우려도 키우는 만큼, 금융

권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인 나온다.

30일 마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은 경기 둔화 상황에서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한국금융ICT융합학회 오정근 회장은 “2023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에서 벤처기업에 대출했다가 채권이 부실화되면서 부도가 났다”며 “벤처 기업 대출은 은행이 아니고 본래 벤처캐피털이 해야 하는데, 한국은 벤처캐피털이 발달이 안 돼 있다고 해서 이를 은행에 맡기는 건 나중에 큰 위기 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이자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SVB가 2023년 3월 10일 파산한 사건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오랜 고금리 정책에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은 빌린 돈을 대거 상환하지 못하게 됐고, 이는 부실자산 규모를 키웠다.

오 회장은 “삼성전자 등 국내 간판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법인세를 못 내는 대기업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데, 벤처 기업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라고 내다봤다.

국가의 법인세 수입은 기업 실적의 영향을 받는데,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법인세 수입은 감소했다. 심지어 2024년 3월 두 회사는 모두 법인세를 0원으로 신고했다. 2023년 반도체산업 한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1조5300억원, 4조6700억원씩 적자를 낸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SVB 사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투자할 첨단·벤처·혁신기업의 리스크 선별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술은 있는데 돈이 없는 혁신 기업은 유의미한 투자가 되겠지만 기술도 없는데 벤처 기업을 북돋는 추세에 부응해서 투자 리스크가 커지면 채권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나라 벤처가 지금 기술이 있느냐 그게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은 정부의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구체화되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부실화됐을 때 은행이 한 번에 떠안아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은행들이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 체계는 갖추고 있고 모든 대출이 다 부실화될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그 기업들을 잘 선별해서 자금을 잘 운용해 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에 있어서는 다소 수익성 하락은 예고되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계기로 금융권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협회장을 모아 놓고 은행‧증권‧보험사의 첨단·벤처·혁신기업 발전을 위한 자금 공급처 역할을 주문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부위원장은 “그간 우리 금융권이 부동산 금융과 담보․보증 대출에 의존하고 손쉬운 이자 장사에 매달려왔다는 국민의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금융투자협회 등 금융권 협회장들이 향후 조성될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합동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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