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中·日 열연강판에 철퇴…고로사 '미소'·제강사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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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정부가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최대 33.57%의 잠정 덤핑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철강업계에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다.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하는 고로사들은 그간 누적된 피해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반면,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강사들은 원가 부담 확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4일 일본과 중국의 열간압연(열연) 강판에 28.16∼33.57%대의 잠정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예비 판정이며 본판정 결과에 따라 최종 관세율이 확정된다.

열연강판은 철강 판재를 고온에서 가열한 다음 납작하게 펴는 압연 공정을 거쳐 만든 강판이다. 자동차 차체의 프레임과 조선·해양 선박의 외판 및 내부 구조물 등 산업 전반에 쓰이며,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표 철강 기업들이 열연강판을 생산한다.

다만 중국, 일본산 열연강판은 국산보다 톤(t)당 10% 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지난해 열연강판(373만t) 전체 수입 물량의 95%를 차지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일본제철 등 일본 6개 업체와 바오샨철강 등 중국 5개 업체의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압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을 제소했다. 이들 업체가 국내에 최소 10∼20%, 최대 30%가량 낮게 형성돼 거래돼 가격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역위는 지난 3월부터 조사를 개시했고, 덤핑 수입으로 인해 국내 산업에 실질적 피해가 있었다는 예비 판정을 내렸다.

이같은 결정에 현대제철, 포스코 등 고로사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저가 물량 공세를 펴 온 중국산 열연강판의 유입에 따라 국내 철강 기업들은 실적이 부진했으나, 향후 공정한 가격 경쟁이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열연 반덤핑 예비판정은 중국, 일본산 저가 철강재의 불공정 거래로 인해 국내 산업이 입은 실질적인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조치"라며 "향후 본조사 과정에서도 국내 산업 보호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조사 개시 이전인 지난 2월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16만1062t이었지만 3월과 4월에 각각 9만3525t, 10만5661t으로 감소했다.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2월 12만4402t이었고 이후 지속 증가했으나 6월 들어 11만9111t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열연강판을 구매하고 가공하는 동국제강그룹 동국씨엠과 KG스틸 등 제강사들은 가격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제강사들은 저렴하게 열연강판을 구입해 경쟁력 높은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데, 열연강판의 원가가 상승할 경우 원가 부담이 높아져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다.

제강사들은 반덤핑 제소의 방식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철강 밸류체인 상단에 위치한 열연강판만을 제소할 경우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식으로 냉연, 도금, 컬러강판 등 후공정 제품 형태의 우회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 물량은 줄지 않고 국내 기업들만 조달 부담을 떠안을 우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밸류체인상 상단에 있는 열연강판을 제소해봤자 냉연, 도금, 컬러강판 같은 후공정 제품으로 우회 수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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