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서연 기자] 배우 오정세에게 연기의 한계가 있을까. 매 작품마다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캐릭터와 연기로 시청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번 '굿보이'에서 역시 전에 없던 악역의 이미지를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살려냈다.
지난 20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에서 오정세는 관세청 세관 7급 공무원 민주영 역을 연기했다. 민주영은 보통의 악역과 달리, 평범한 얼굴 뒤에 잔혹함을 숨긴 채 권력의 달콤함에 중독돼 각종 범죄로 인성시를 장악한 인물이었다. 오정세는 낮은 톤의 목소리에 무표정한 얼굴로 민주영의 잔혹함을 한층 더 극대화시켰다.
오정세는 "민주영을 어떻게 그릴지 숙제들이 많았다. 보통 16부 하면 '범인이 누굴까?', '저 사람이 범인이었어' 이런 플롯이 저한테는 익숙했었는데, 색다르게 아예 초반에 '내가 범인이야'라고 해서 흘러가는 인물이었어서, 이 친구를 어떻게 해야 안 지루하고 굿보이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영이 나쁜 사람이란 걸 알지만, 한꺼풀 한꺼풀 벗길 때마다 '여기까지 손을 뻗쳤어?', '이런 능력까지 있어?', '쟤랑도 손을 잡았어?', '얘의 끝은 어딜까?' 이렇게 가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외적으로도 준비한 것을 이야기했다. 오정세는 "초반에는 가장 평범한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헤어를 보면 관세청 민주영은 거의 손을 안댔고, 뒤에 민주영은 나름 헤어스타일 팀에서 해주셨다. 아무 변화가 없는 느낌이지만, 나중엔 큰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의상도 최대한 노멀하고 아저씨들이 입을 수 있는 의상 중에 가장 고가의 의상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그냥 봤을 때 줘도 안 입을 것 같은 느낌인데 검정 바지는 300~400만 원대의 옷이었다. 그게 크게 티는 안났지만, 민주영은 그런 고가의 옷을 입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민주영의 얼굴 상처 디자인도 고민했다는 오정세는 "사실 처음에는 백지였지만, 16부 갔을 때는 악마처럼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굿보이들한테 맞아서 난 상처들을 통해 민주영의 민낯이 벗겨지는 느낌으로. 그런 상처들이 더해져서 하나의 이미지가 됐으면 했다. 후반부에 가선 완전히 상처투성이에 일그러진 얼굴을 생각했는데, 제작진과 상의했을 때 드라마에 계속 폭력적인 얼굴이 나오면 시청자들이 불편해 할 거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상처들이 빨리 회복돼서 또 다른 상처가 나오고, 그러니까 덧대어진 상처로 괴물이 되는 게 아니라 계속 다른 상처가 나면서 제 가면이 벗겨지는 느낌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액션신과 관련해서는 "사실 액션신은 다른 굿보이 팀에 비하면 입 밖에 내기 민망할 정도였다. 최대한 잘 맞아야지 하는 위주였어서, 액션은 굿보이 팀들이 고생을 많이 해주셨다. 잘 나온 거 같다"며, 장총을 쏘는 신에 대해선 "민주영은 절제되고 그 안에서의 폭력성이나 잔인함이 있었으면 좋겠더라. 감독님께서 민주영이 총을 쏠 때 슬로우로 많이 찍어주셨는데 저는 분명히 눈을 안 깜빡거리고 빵빵 쐈는데 모니터를 보면 눈을 감고 있더라. 소리에 민감해서 그런지 되게 놀라더라. 어떤 신에서는 폭약 없이 찍기도 했다. 고생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배려해 주셨다"고 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박보검에게 배운 점도 언급했다.
오정세는 "기본적으로 어떤 사건, 에피소드보다도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다. 많이 힘든 현장이고, 액션도 많고 정서적으로 힘든 것들이 많이 있었을 텐데, 힘들텐데도 즐겁게 작업하는 것 같았다. 현장을 즐기고 있는 느낌이었다"며 "매 현장마다 스트레스 받고 잘 안풀리고 외부적으로 힘든 건 어차피 제가 갖고 가야 될 몫인데, 기본적으로 현장을 즐기고 싶어하는 게 저도 있다. 언제 이런 멤버들과 이런 시나리오로 하겠냐. 거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해야지 하는 정서가 있는데, 이 친구도 즐겁게 겸손하게 찍는 모습들이 저한테 되게 인상깊었다"고 박보검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바닷속에 들어가서 찍는 신도 있었다. 저는 레디 액션 10초 전에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보검 씨는 벌써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더라. 환경적으로 어려운 여건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되게 즐기는 친구여서 나 또한 즐겨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빌런 민주영이 아닌, '굿벤져스'로 '굿보이'에 합류했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는 "다 매력 있는 것 같은데 제가 하지 못하는 영역의 액션은 보검 씨가 했던 권투인 것 같아서 권투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운동을 잘했다. 어렸을 때 꿈이 운동선수였다"고 웃으며 "축구, 태권도, 씨름, 오래달리기를 잘하는 아이였다. 저는 운동선수가 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운동과 멀어졌다. 제가 잘했던 게 생각나더라"라며 "대본 볼 땐 몰랐는데 종목들이 다 개인종목이더라. 개인 종목으로 단체 팀을 만드는 게 재밌었던 포인트였다"고 덧붙였다.

오정세는 '다작 배우'로 유명하다. 매 해 2~3작품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폭싹 속았수다', '굿보이',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모습을 비췄고, 오는 9월 '북극성' 공개도 앞두고 있다.
그는 '다작 배우'라는 점에 대해 "10년 전, 15년 전에도 계속했던 고민이었다. 2006년에도 지금보다 롤은 작았지만 다작을 하는 배우였다. 그때도 주변에서 '너무 다작하는 거 아니야?' 해서 스스로도 고민을 꽤 했다. 그렇다고 줄이거나 하진 않았는데, 제가 드는 생각은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이 있을 때 손을 내밀면 잡는 거 같다. 시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속도 조절이 더 필요할 때는 속도 조절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제가 성장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매해 새로운 오정세를 만나는 기분이에요. 매해 새로운 고민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자극을 얻으면서 작품과 같이 성장하는 거 같거든요. 작품마다 접근 방법도 다르고, 내 걸 꺼내서 활용하기도 해요. 번아웃은 없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는 게 잘 안 풀려서 어렵고 두려움이 있는 스트레스는 제 몫이고, 작업을 해나가면서 얻는 행복이나 즐거움은 계속해서 있어요. 이런 마음이 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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