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차들이 둥둥 떠 다녀요.”
17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이 인터뷰실에 들어오면서 취재진에 “오늘 퇴근 제대로 하시겠어요?”라고 했다. 특유의 농담 혹은 유머가 아니었다. 진짜로 걱정돼서 한 얘기였다. KBO리그 후반기가 개막한 17일, 충청도와 전라도에 극한 호우가 들이닥쳤다.

기자가 늘 광주 출장을 내려올 때마다 타는 KTX는 다행히 1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야구장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평소보다 2~30분 더 걸렸을 뿐이다. 그러나 야구장에 도착하니 기상 상태가 점점 악화했다. 빗줄기가 그냥 거세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휴대전화에 실시간으로 계속 재난문자가 날아들었다.
호우경보는 기본이고, 시간당 86mm의 비가 내렸다는 보도가 귀와 눈을 때렸다. 야구장 앞으로 흐르는 서방천이 범람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소식도 계속 날아들었다. 기자가 늘 묶는 광주 숙소 바로 앞에 흐르는 광주천도 마찬가지였다.
“아, 오늘과 내일은 러닝을 못하겠구나.” 늘 광주천 도보 코스에서 7~8km 러닝으로 운동복을 땀에 흠뻑 적시는 즐거움을 아는 기자가 단순히 달리기를 못할 걱정을 하는 건 사치였다. 야구 취소도 기사 작성도 광주 맛집 탐방도 사람의 안전 앞에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야구장에서 단골 숙소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걱정이었다. 카xx 택시는 당연히 안 잡혔고, 이동하는데 안전이 우려되는 찰나, 이호준 감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이호준 감독은 광주 출신이다)광주에 오래 살았는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걸 처음 본다."
그러면서 이호준 감독은 “지금 호텔(NC 광주 숙소)앞 도로에 물이 넘쳐서 선수단에 들어오지 말라고 연락이 왔다. 차 움직이면 안 된다고. 지금 거기 차들이 둥둥 떠 다녀요”라고 했다. “수영해서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라는 농담도 경직된 분위기를 풀긴 어려웠다. (실제 야구장 인근 임동, 용봉동 저지대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NC 선수단은 잠시 야구장에 발이 묶였다가 안전하게 숙소에 들어갔다)
야구장 3층에 위치한 기자실이 가장 안전했다. 단골 숙소에 연락해 숙소 주변 안전을 확인했고, 어렵게 구단 직원의 도움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광주천 탐방로는 이미 누런 물보라에 자취를 감췄다. 천변 도로 운행은 아슬아슬하게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광주는 18~19일에도 300mm 안팎의 많은 비가 예보됐다. 18일 새벽에 잠시 비가 그친다는 예보가 있지만, 19일 오후까지 계속 비가 내린다고 나와있다. 18일 경기는 물론이고, 19일 경기 개최도 현 시점에선 불투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광주에 있는 모든 사람과 선수단의 안전이 가장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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