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이 정도 스케일의 한국 영화가 또 있었던가.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액션, 캐릭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원작을 알고 봐도 재밌고, 모르고 보면 더 재밌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 이야기다.
평범한 직장인 김독자(안효섭)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 [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하 '멸살법')의 유일한 독자다. 주인공 혼자 살아남는 결말에 불만을 가진 그때, 퇴근길 지하철에서 '멸살법' 작가에게 쪽지를 받게 된다. 쪽지 내용은 원하는 대로 결말을 만들어보라는 것. 그 순간 김독자의 눈앞에 소설 속 세계가 펼쳐진다.
'멸살법'의 유일한 독자였던 덕에 김독자는 큰 어려움 없이 난관을 헤쳐나간다. 그 과정에서 유중혁, 유상아(채수빈), 이현성(신승호), 정희원(나나), 이길영(권은성), 이지혜(지수)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소설 안에 없던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마는데. 과연 김독자는 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18년 네이버 시리즈에서 웹소설로 연재된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은 누적 조회수 2억 뷰 이상을 기록한 히트작이다. 2020년부터는 웹툰으로도 연재됐고, 메가 히트 IP(지식재산권)로 거듭났다. '전독시'의 영화화 소식에 원작 팬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기대된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원작 훼손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특히 장르 특성상 많은 CG가 요구되는 작품이었기에 불가능할 거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우려와 달리 '전독시'는 한국 CG 기술의 발전을 실감 나게 한 작품이었다. 대부분의 장면이 블루스크린에서 촬영됐을 정도로 작품 전반에 VFX, CG 기술이 활용됐다.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한 괴수들, 인물들의 능력, 무기 등이 어색함 없이 구현됐다. 특히 도깨비 비형은 '전독시'의 신스틸러라 봐도 무방하다. 귀여운 외형과 목소리는 기본이요, 김독자와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원작과 영화의 밸런스를 맞추려는 연출의 노력이 돋보였다. 김병우 감독은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모조리 끌어오기보다,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중요한 설정, 임팩트 있는 사건은 가져오되,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각색을 더했다.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감독의 노력이 작품 곳곳에 묻어났다.

안효섭, 이민호, 신승호, 나나 등 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가 '전독시'의 가장 큰 무기다. 안효섭은 그간의 연기 내공을 살려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간다.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부터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김독자 그 자체로 분해 몰입을 돕는다. 특히 큰 키로 완성된 시원시원한 액션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민호는 맞춤옷을 입은 듯 '착붙' 연기를 펼친다. 죽음과 회귀 끝에 홀로 살아남은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을 눈빛과 표정만으로 표현해낸다. 나나 역시 액션이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뽐내고 채수빈, 신승호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전독시'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르와 스케일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등장하지만, 화려한 액션을 좇다 보면 117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오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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