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우리를 만만하게 본다"…'스승' 홍원기 떠나보낸 '캡틴' 송성문의 반성과 굳은 다짐 [MD고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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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송성문./고척 = 박승환 기자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모든 팀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않나"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가 경질된 후의 첫 훈련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지난 2023시즌부터 올해까지 줄곧 '꼴찌'로 허덕이고 있는 키움은 전날(14일) 구단에 큰 변화를 줬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홍원기 감독을 비롯해 고형욱 단장과 김창현 수석코치를 전격 경질한 것이다. 그리고 허승필 운영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설종진 2군 감독에게 1군 감독 대행을 맡기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에 앞서 설종진 감독 대행은 선수단을 불러모아 당부의 메시지를 전한 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고, 키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송성문이 모든 일정을 소화한 뒤 취재진과 만났다. 즐거운 올스타전을 마치고 왔는데, 갑작스럽게 들려온 홍원기 감독의 경질 소식을 접했을 때 어땠을까.

송성문은 "놀랐었다"고 말 문을 열며 "아내와 태안에서 하루 휴식을 하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던 부분이 많았다. 내가 군을 전역하고, 감독님도 계속 함께 있었는데, 덕분에 정말 많은 기회를 받았다. 감독님 덕분에 이렇게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감사함과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홍원기 감독은 2009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히어로즈 유니폼만 입었다. 2015년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現 키움)에 입단한 송성문보다 오래 구단에 몸담았던 인물. 그만큼 홍원기 감독은 송성문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고, 송성문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시절부터 꾸준히 기회를 제공했던 인물이다.

2025년 7월 1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키움 홍원기 감독이 4-3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올스타' 드림 올스타(삼성·두산·KT·SSG·롯데) - 나눔 올스타(KIA·LG·한화·NC·키움) 경기. 나눔 송성문이 1회말 1사 1-2루에 세일러문으로 변장해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마이데일리키움 히어로즈 설종진 감독 대행./고척 = 박승환 기자

송성문은 "우리가 더 잘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더라. 감독님께서 '괜찮다. 앞으로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 죄송한 마음도 크고, 정말 감사한 스승이다. 김창현 코치님도 시즌 초반에 성적이 안 좋을 때 너무 큰 도움을 주셨었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사령탑을 비롯해 수석코치와 단장까지 모두 바뀌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전했을까. 송성문은 "감독님, 단장님이 바뀌었는데, 이는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남은 후반기 53경기에서 조금 더 집중을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열심히 경기에 임하고 훈련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엎어진 물을 주워담을 순 없는 법. 송성문을 비롯해 키움 선수단이 해야할 것은 후반기부터라도 어떻게든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송성문도 현실을 직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런 변화는 어느 팀이나 다 있을 수 있다. 우리 구단에만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이 이에 동요되는 게 오히려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당장 이번주부터 후반기가 시작되는데, 조금 더 희망적인 남은 시즌을 위해서 평소와 같은 굳은 마음, 다짐으로 운동장에 나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설종진 감독 대행은 첫 훈련부터 선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전반기에 우리 승률이 3할 정도가 됐는데, 남은 경기에서 4~5할의 승률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작전도, 희생 정신도 필요하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강요하고 싶다. 뒤에서 봤을 땐 선수단의 분위기가 다운된 것 같았다. 그리고 선수 개인적으로 가져야 될 절실함을 못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5년 6월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1루 주자 송성문이 3회말 무사 1루서 2루 도루를 성공하며 32개 연속 도루 성공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이에 송성문은 "모두가 보는 관점은 다 다를 수 있지만, 감독님께서 그렇게 보셨다면 더 간절하게 했어야 하는 게 맞다. 감독님께서도 선수단 미팅 때 '조금 더 간절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선수들도 그에 맞춰서 더 준비를 잘하겠다. 마음 같아서는 6할을 하고 싶다. 모든 팀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않나. 그 모습에서 탈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팀에서도 '키움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성적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시즌 초반보다 6~7월 성적이 좋아진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송성문은 "초반에 워낙 안 좋았다 보니, 6~7월에 좋아진 모습이 오히려 부각이 안 되는 면도 있지만, 확실한 건 이전보다 희망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후반기에는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감독님이 바뀌셨지만, 2군 감독을 워낙 오래 하셨기 때문에 1~2군을 왔다 갔다 했던 선수들에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송성문은 팬들을 향해 "항상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어떤 환경이든, 어떤 감독님이 오셨든, 결국 이기는 야구를 원하고, 우리 팀이 강해지는 모습을 원하실 것이다. 때문에 남은 후반기에는 설종진 감독님과 함께 준비를 잘해서, 팬분들이 원하는 끈끈한 모습, 강해지는 과정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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