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내일 또 경기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맞대결에 중견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올 시즌 초반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선수들 중 가장 먼저 10개의 2루타를 때려내는 등 각종 타격지표에서 빅리그 최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정도로 감이 좋았다. 하지만 5월이 시작된 후 이정후의 타격감은 바닥을 찍기 시작했다. 5월 타율은 0.231에 불과했는데, 6월에는 0.143으로 더욱 추락했다. 이에 일부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이정후를 트리플A로 내려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특히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맞대결을 시작으로 1일 애리조나전까지 4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고, 2일 경기에선 아예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3일 다시 스타팅으로 복귀한 이정후는 달라져 있었다. 이정후는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1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 'KBO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를 상대로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1타점 3루타를 폭발시키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타구속도는 101.3마일(약 163km)로 모처럼 '배럴타구'를 만들어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정후는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 다시 한번 켈리와 맞붙었고, 또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폭발시켰다. 타구속도 102.2마일(약 164.5km)로 첫 타석의 결과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바뀐 투수 제이크 우드포드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고, 패트릭 베일리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득점까지 확보했다.


3루타-2루타-1루타를 기록한 이정후는 내친김에 '힛 포 더 사이클'을 노렸는데, 아쉽게도 마지막 타석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이정후는 연장 10회초 2루 주자로 배치됐고, 베일리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으며, 팀에 결승 득점을 안기는 등 지난 5월 7일 시카고 컵스전 이후 무려 57일 만에 3안타 경기를 선보였다.
미국 '머큐리 뉴스'와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에 따르면 이정후도 부진한 두 달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새였다. 이정후는 "6월은 좋지 않았다. 7월에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시작하고 싶었다"며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내일 또 경기가 있다'는 생각을 계속 유지하려고 했다. 6월 내내 코치들과 동료들이 계속 응원해줬고,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오늘 경기를 시작으로 7월, 8월, 9월은 좋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이 이정후를 이토록 부진하게 만들었을까. '머큐리 뉴스'는 "특히 6월에는 공이 잘 맞고도 아웃되는 불운이 많았다고 느꼈고, 이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이다. 6월의 BABIP은 0.127로 커리어 평균치인 0.260보다 훨씬 낮았다.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면서 심리적으로 더 흔들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정후는 '힛 포 더 사이클'도 의식하지 못했던 모양새다. '머큐리 뉴스'는 "이정후는 힛 포 더 사이클을 완성하려면 홈런이 필요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정후도 '홈런을 노리고 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며 "KBO리그에서는 힛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이정후는 이날 자신이 힛 포 더 사이클까지 홈런 하나가 부족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7월의 첫 단추를 잘 꿴 이정후. 더는 내려갈 곳이 없는 만큼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과연 이정후가 7월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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