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첫 국회 시정연설… ‘경제·협치’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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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22일 만에 첫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시정연설인 만큼, 메시지는 ‘경제’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약 4,800자 분량의 시정연설에 나선 이 대통령은 ‘경제’를 24번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성장(12회)’, ‘회복(10회)’, ‘민생(9회)’ 등을 언급했는데, 이 또한 경제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어였다.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의 연관성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일도 더없이 중요한 일”이라며 “평화가 밥이고, 평화가 곧 경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 협조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 편성 이유에 대해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때”라며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공정’을 5번 언급하며 ‘공정 성장’을 부각하는 메시지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하게 노력해서 일궈낸 정당한 성공에는 우리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합리적인 사회를 꼭 만들어야 한다”며 “기득권과 특권, 새치기와 편법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닌 공정의 토대 위에 모두가 질서를 지키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용 외교 기조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닌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통상과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국제 질서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 행동에서 묻어난 ‘협치’

경제가 메시지의 주를 이뤘다면, 이 대통령의 행동에선 ‘협치’가 묻어났다.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을 들어설 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입장했지만, 단상에 오를 때부턴 야당인 국민의힘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단상에 선 이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가벼운 목례 인사를 건넨 후 가장 먼저 국민의힘 의원들이 앉아 있는 곳을 바라보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다음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개혁신당 의원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시정연설 중엔 국민의힘 의원들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풀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정연설 중 여당 의원석에서 첫 박수가 나오고, 국민의힘 의원석은 별다른 반응이 없자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좀 쑥스러우니까”라고 웃어 보였다.

추경안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마시고 의견을 내주시길 바란다”며 “특히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2번의 메시지는 시정연설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발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약 25분 간의 시정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의 발길은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향했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고, 몇몇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특히 대학 동문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는 악수하며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이 과정에서 권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말을 건네자 이 대통령은 웃음을 보이며 권 의원의 팔을 가볍게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권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은 안 된다는 의견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연설 전에는 우 의장과 여야 지도부와 함께 환담 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만난 것은 취임 후 3번째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회 사랑재에서 우 의장과 여야 지도부와 오찬을 가졌고, 지난 22일엔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한 바 있다.

환담에서 이 대통령은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특히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건넸다. 이어 “의견이 많이 충돌할 수 있지만, 그 의견은 서로 다를 뿐이지 틀린 건 아니다”라며 “이런 생각으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정하고 존중하면서 국민의 저력을 모아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함께 우뚝 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협치를 당부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에게 ‘경청’을 주문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좋은 말씀을 해주신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된다면 그것은 결국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많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말씀하신 내용을 실천으로 보여주시길 바란다”며 “특히 ‘작은 차이를 포용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극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의 목소리에 경청해 주고 귀를 기울여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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