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박재엽은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 포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인생경기를 펼쳤다.
박재엽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4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은 유망주로, 올해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동안 간간히 1군의 부름을 받아왔고, 2경기에 출전해 첫 안타의 기쁨은 맛봤지만, 데뷔 첫 선발 기회는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1~2군을 오가면서도 퓨처스리그에서 38경기에서 36안타 4홈런 22타점 타율 0.350 OPS 0.956로 불방망이를 휘두르자, 김태형 감독이 18일 박재엽을 테스트해 보기로 결정했다.
특히 김태형 감독은 18일 경기에 앞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령탑은 박재엽에 대한 물음에 "내일(19일) (유)강남이를 올려야 한다. 어차피 포수 셋으로 갈 것이다. 박재엽이 2군에서 잘하고 있었다. 내일 강남이를 올리기 위해선 판단이 필요했다. 연습할 때 보니, 포수로서 갖고 있는 것은 굉장히 좋다. 리드나 경험이 부족하지만 치고, 던지고, 받고 하는 것은 팀 내에서 가장 위에 있다. 수비 하나 만으로도 가장 높게 평가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명장의 눈은 다르다는 것을 첫 타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회말 정훈과 김민성이 2루타, 볼넷으로 '루키' 박재엽 앞에 2, 3루라는 밥상을 차렸다. 여기서 박재엽이 '78억 투수' 엄상백의 2구째 134km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배트를 내밀었다. 이 타구는 무려 163.5km의 속도로 뻗어나갔고,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데뷔 첫 선발의 첫 타석에서 터진 첫 홈런.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박재엽은 4-0으로 앞선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엄상백과 맞붙었고, 볼넷을 얻어내며 물꼬를 튼 후 김동혁의 2타점 3루타에 홈을 파고들며 두 번째 득점까지 손에 쥐었다. 그리고 6회말 2사에서 박재엽은 한화의 바뀐 투수 김기중을 상대로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내며 '멀티히트'까지 완성했다.
이어 박재엽은 8회초 무사 2루에서 이원석의 번트 파울 플라이를 몸을 날려 잡아내는 좋은 수비를 선보였고, 8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다시 한번 볼넷을 얻어내며 '4출루'를 완성,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롯데의 6-3 승리의 선봉장에 서며 팀의 연패 탈출에도 큰 힘을 보탰다.
이날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기 전까지 자신이 출격하는지도 몰랐다는 박재엽.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루키는 '선발은 언제 알았느냐?'는 물음에 "오늘 와서 타순을 불러주실 때 알았다. 듣자마자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긴장을 한 채로 몸을 푸니까, 힘이 더 많이 들더라. 그래서 최대한 긴장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오늘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오셨는데 '긴장은 부모님이 해줄 게, 긴장하지 마'라고 해주셨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활짝 웃었다.
첫 홈런은 어땠을까. 박재엽은 "첫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가 보이더라. 그래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며 "홈런을 친 직후에는 최대한 차분하게 하려고 했는데, 흥분이 주체가 안 되더라. 일단 맞는 순간 너무 정타로 잘 맞아서 '넘어가겠는데?'라고 생각은 했다. 그리고 (정)철원이 형이 경기 전에 '내가 투수라면 신인한테 변화구마 던질 거다. 직구는 안 던질 거야'라고 하셔서, 변화구를 노렸는데, 타이밍이 좋았다. 철원이 형 지분이 많이 있다"고 조언을 해준 정철원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재엽은 부산대연초-개성중-부산고 출신의 부산 토박이. 어렸을 때부터 롯데 야구를 보고 자라왔던 만큼 의미가 남다른 하루였다. 그는 "롯린이 출신으로 작년까지 사직구장을 정말 많이 왔었다. 프로 선수들이 뛰는 게 너무 멋있고 부러웠는데, 그걸 내가 하고 있고, 좋은 결과도 내서 너무 자랑스럽다"며 '9이닝을 다 소화한 기분은 어떠냐'는 말엔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재엽은 김태형 감독이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을 그만두고 해설위원을 하던 시절부터 점찍었던 유망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 해설위원이실 때, 내가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 부산고 박계원 감독님과 친분이 있어서, 한두 번 방문을 하셨었다. 당시 감독님이 직접 이야기는 해주시지 않았지만, 박계원 감독님께서 '쟤 잘한다'라고 해주셨다더라. 프로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감독님께서 롯데로 오실 줄도, 내가 롯데 유니폼을 입을 줄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첫 홈런도 꿈꿨던 순간이지만, 동료들의 물폭탄 세례도 기대했을 장면. 박재엽은 소감을 묻자 "많이 차갑더라"며 "다른 구단도 아니고, 롯데에서 맞아서 너무 좋다"고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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